매일신문

'몸은 늙어가는데' 애타는 이산가족,2차 교환방문 차질로 불안.초조

"이러다가 무산되는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잔뜩 기대만 부풀려 놓고, 이제는 나이가 많아 기다릴 여유도 없는데..."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후보자 200명 명단교환을 일방적으로 미루면서 다음달 2일부터 3일간 예정된 '2차 이산가족 교환방문'등이 차질을 빚게 되자 가족 상봉의 꿈을 키워온 이산가족들이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평안남도 순천이 고향인 길창옥(84.대구시 수성구 중동)씨. 몇차례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으나 번번히 무산되어 오다 지난달 25일 200명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동안 억눌러왔던 가족상봉의 꿈을 다시 키워왔다.

그러나 좋은 소식이 있을것이라며 외출도 삼가하고 전화 옆을 떠나지 않았던 길씨는 우려했던 북한의 예고없는 태도 변화가 현실로 나타나자 또다시 실망감만 안지 않을까 착잡한 심정을 가누지 못하고 있다.

1.4후퇴 당시 6살, 3살된 두 딸과 부인을 남겨두고 단신으로 남하한 이후 한시도 가족을 잊은적이 없는 길씨는 북에 가지 않아도 좋으니 생사확인만이라도 할 수 있기를 기원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와 이북5도위원회 대구사무소에 따르면 이번 2차 방문단 명단에 포함된 길씨외 4명도 초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으며 대구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2 만여명의 이산가족 1세대들도 모처럼 형성된 좋은 분위기가 깨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으 로 알려졌다.

한응수(73) 이북 5도위원회 대구사무소장은 "가족상봉을 위해 50년을 기다려온 이산가족 1세대들은 또다시 이산가족 교류가 중단되지 않을까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며 "남은 여생이라도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북측은 성의 있는 자세를 가지라"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에도 이산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을 대변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김광수씨는 지난 1차 이산가족상봉을 본 뒤 북에 두고온 자녀가 그리워 노모의 몸이 점점 쇠약해 지고 있다며 이산가족 상봉 일정이 기약없이 늦어지는데 대한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또 김애경씨도 북에 두고온 외삼촌을 찾기 위해 상봉신청을 한 96세의 외할머니가 언제 돌아가실지 몰라 무작정 기다릴 수 없는 실정이라며 생사확인만이라도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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