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24일 저녁 평양 고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역사적인 북한 방문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의 회견에서 당초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깜짝놀랄 만한'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구체적인 성과가 있다면 올브라이트 장관이 여러 차례 밝혔듯이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미사일 문제에서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는 게 그나마 회견의 알맹이라면 알맹이인 셈이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이틀간 6시간에 걸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에서 한반도 긴장완화, 북미 외교대표부 개설 등도 논의하고 테러, 인권, 실종미군 등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표시했다고 소개하기는 했다.
그러나 회견에서 미사일 문제 외에 올브라이트 장관이 구체적인 회담 성과로 밝힌 것은 없다. 특히 50년간의 반목을 청산할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과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이는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고한 후 밝히려는 '수순'의 문제일 수도 있고 아니면 실제로 밝힐 만한 성과가 별로 없었다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은 이번 방문에서 무엇보다도 '미사일 발사 중지'에 대한 김 위원장의 확실한 언질을 받아냈다고 믿고 있으며 올브라이트 장관은 왜 그렇게 믿게 됐는지를 자세하게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5월1일 경기장'에서 집단 체조를 관람하면서 대포동을 쏘아올리는 장면이 카드섹션 화면에 나오자 옆에 앉은 올브라이트 장관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인공위성 발사"라고 말해 더 이상 시험 발사는 없을 것임을 확실히 했다는게 올브라이트 장관의 설명이다.
'중요한 진전'이라는 올브라이트 장관의 발언은 이를 토대로 한 것이지만 국무부 고위 관계자가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미사일 문제에 관해 진전이 이뤄져 구체적 방안을 더 논의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김 위원장의 발언이 단순한 언질이 아니라 실무 협상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시사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또 미사일은 개발과 수출을 포함한 모든 문제를 논의했고 여기에는 위성 발사를 지원한다면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구상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양국이 미사일 전문가 회담을 다음주 속개하기로 합의까지 했으므로 북미 관계의 최대 현안으로 보는 미국으로서는 이 정도면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올브라이트 장관의 기자회견 내용으로만 보면 그밖의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북한측은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으로 클린턴 대통령의 뒤이은 방북도 당연시하는 듯한 인상이지만 올브라이트 장관은 귀국 후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과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미사일 회담에서 북한이 보일 '성의'에 달려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또 미사일 문제에 대한 북한의 언질이 미흡함을 가리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반면 북한이 가장 절실히 바라고 있는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문제는 이번에 전혀 진전이 없었다는 게 국무부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고 연락사무소 개설 문제도 협의만 됐을 뿐 구체적인 결정은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과 같은 고리에 묶인 것으로 판단되며 인권, 핵 등 다른 현안들도 크게 다를 게 없는 실정이다.
다만 양국의 고위 관리들이 오가며 서로 얼굴을 익히고 마음 문을 열어 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보면 설령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은 나름대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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