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언어폭력 추방 캠페인-국적없는 유행어

대학생 김성수(27)씨는 얼마전부터 사귀기 시작한 여자친구로부터 최근 뜻밖의 낭패(?)를 당했다. 자신의 휴대폰에 날아온 문자메시지 0124(영원히 사랑해), 091012(공부열심히 해)를 도통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언어생활의 단절감 때문에 남녀간의 사귐도 쉽지 않습니다. 좀 어색하긴하지만 말을 알아듣기 위해서 최신 유행어를 의식적으로라도 사용하려고 노력합니다"

요즘 우리사회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적어도 3, 4개 정도는 된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인터넷에서 채팅할 때, 핸드폰 사용할 때,일상대화할 때 등 때와 장소에 따라 확확 달라지는 말에 기성세대는 해석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아냐세여(안녕하세요), 갈쳐주스(가르쳐 주세요) , 추카추카(축하합니다) 등은 기본이고, 쟈철(지하철), 먀내(미안해)에다 발음나는대로 조아(좋아) 마니(많이) 여페서(옆에서) 따위가 넘친다. 심지어 페앞자여(앞의 여자), 샌성다온(선생님 오신다) 등 말을 거꾸로 하는 것도 유행이다. 여기다 하이루(안녕), 즐팅(즐거운 채팅), 알바(아르바이트) 등 외래어까지 섞어 사용하면 기성세대는 그만 머리가 '띵'해진다.

특히 사이버상에서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제대로 문법.어법에 맞는 말을 사용하면 오히려 '촌스러운 사람'으로 취급당하는 분위기가 이런 유행어사용을 부채질한다.

청도 모계고등학교 안광호(40)교사는 "사이버상에서의 언어파괴현상도 심각하지만 이런 유행어가 실생활에 그대로 사용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자기들끼리 주고 받는 쪽지나 메모는 아예 해석이 불가능하고 심지어는 반성문과 과제물에까지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국어연구원이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잘 알려진 인터넷 사이트 27곳을 대상으로 어휘, 문법, 문장 표현 등을 조사한 결과 총 7천618건의 오용사례를 밝혀냈다. 맞춤법은 물론 표준어와 외래어 표기는 보기 민망할 정도로 틀린 것이 많다는것. 이정복 대구대 국문과 교수는 "인터넷 인구가 급증하면서 규범에 맞지 않는 사이버언어를 사용해야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학교교육에서 문법, 어법교육을 보다 철저하게 실시하고 국어교육에 통신언어분야를 다룸으로써 학생들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