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北 미사일 포기, 우리가 또 봉 되나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올브라이트의 평양과 서울 회견을 통틀어 볼때 북.미관계의 최대 걸림돌인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및 시험 중단에 대한 중요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가 탈냉전의 마지막 지각 변동을 겪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격동기에 우리로서는 과거 어느때보다 주도 면밀하게 대북(對北), 대미(對美)관계에 대처해야한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물론 북한과 미국의 관계개선이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북.미수교 과정에서 남한이 소외당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동시에 지적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지금까지 한반도 긴장완화의 핵심인 평화 협정 체결을 미국과만 하겠다고 고집하고 있다. 이번에 올브라이트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평화협정 체결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남과 북이며 미국과 중국은 2+2의 형태가 돼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수긍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북한이 여전히 통미봉남(通美封南)의 외교 형태에 매달려 미국을 설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미국이 자신들의 관심사인 북한의 미사일 포기에 집착한 나머지 북.미 평화협정을체결할 여지가 없지않은 것이다. 실상 미국과 북한이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동북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주적(主敵) 개념에 혼선이 생기는 등 우리는 국내외로 상당한 악재(惡材)를 겪게 될 것이다. 때문에 우리로서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에서 남북이 주체가 돼야한다는 입장에서 북.미 수교과정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미.일의 공조가 과거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유지돼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북한의 미사일 포기에 대한 '대가' 문제다.

북한측은 미사일 개발과 수출을 포기하는 대신 위성발사를 제3국이 해주고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를 벌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이 일정분 부담을 해야한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사일 문제에 우리가 끼여들어 KEDO 때처럼 국제적인 봉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과거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KEDO)가 만들어졌고 다자(多者)부담 형식으로 시작됐지만 결과적으로 남한이 비용의 대부분을 떠안은바 있는 터수에 우리와 관계없는 미사일 포기 대가머저 또 떠안는 것은 말이 안된다. 정부는 한.미.일 공조체제를 공고공히 한 바탕위에 남북문제 협상의 주도권을 회복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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