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허정무 감독 경질 '기정 사실'

"마음을 비웠다. 사퇴 문제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고 싶지도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3, 4위전에 전념하겠다"

제12회 아시안컵축구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패한 뒤 한국기자들과 만난 허정무 감독은 분명한 거취를 밝히지 않았다.

아직 대회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감독으로서 당연한 말이겠지만 시드니올림픽 이후 계속된 부진한 경기로 국내의 들끓는 여론을 감안할 때 허감독의 경질은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한축구협회가 대표팀 감독 경질 시기를 놓쳤다는 데 있다.

축구협회는 올림픽 본선 8강 진출 실패 이후 많은 축구인들의 감독 경질 여론에도 불구하고 기술위원회에서 허감독에게 2002 월드컵축구대회 때까지 팀을 맡기겠다며 재신임했다.

눈앞에 닥친 월드컵을 앞두고 감독을 바꾼다는 것은 좋지 않고 마땅한 대안도 없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아시안컵에서 명예회복을 노렸던 허정무 감독은 역시 뚜렷한 전술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4강에서 주저 앉았고 축구협회는 다시 올림픽이 끝났을 때처럼 똑같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더욱이 새감독을 임명하고 팀을 구성하기에는 올림픽 직후보다 나빠졌다.

허감독 거취 문제를 논의해야 할 기술위원들은 올림픽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전원이 사퇴했고 아직까지 기술위원장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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