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준(32) 한국디지탈라인(KDL) 사장과 이경자(56) 서울 동방금고 부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수십억원대로 추정되는 '현금로비'와 사설펀드를 이용한 '펀드로비' 양갈래로 전개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고발장에 적시된 정씨의 불법대출 혐의를 우선 수사하겠지만 구체적인 범죄단서가 포착되면 제한없이 수사하겠다"고 말해 수사초점이 로비의혹으로 옮겨갈 것임을 시사했다.
현금로비 의혹은 정씨가 검찰출두전 "이씨가 대출금 115억원 중 40억원을 스타덤 엔터테인먼트의 회사채 발행방식으로 조성했다"고 주장함으로써 이미 촉발돼 있는상태다.
정씨는 이에 앞서 이씨가 KDL 주식을 보유한 금감원 직원들의 주가하락 손실보전분으로 현금 3억5천900만원을 제공했고 코스닥기업인 유일반도체의 민원을 해결하기위해 금감원 직원들에게 10억원을 살포했다고 주장, 정씨 말이 사실이라면 로비대상까지 특정돼 있는 셈이다.
정씨는 그러나 검찰조사에서는 "40억원의 로비자금을 주장한 적이 없고 리스트도 없다"고 말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씨의 자금관리인으로 알려진 원모씨와 차명계좌 명의대여자 5, 6명을 소환, 명의대여 경위와 주요 입.출금 내역을 파악하는 한편 로비자금으로 쓰였을 돈이 머물렀을 모계좌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씨 주장대로 이씨가 불법대출과 로비를 주도했다면 이씨가 관리한 20여개 차명계좌에 대출금과 로비자금이 뒤섞여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정씨가 밝힌 유일반도체의 민원에 주목하고 있다.
유일반도체는 지난해 6월 30억원 상당의 무보증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면서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을 시가(10만원)의 5분의 1에 불과한 2만원으로 책정, 대주주가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겼고 이와 관련해 지난 1월 금감원 조사를 받고 경고조치됐다.
유일반도체 장성환 사장은 "정씨와 이씨는 알지도 못한다"며 로비의혹을 강력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주변에서는 당시 유일반도체 건이 경고정도에 그칠 사안이 아니었다는 말이 나돌고 있는데다 조사시점과 금감원 직원들에게 돈이 살포됐다는 시점이 대략 일치하고 있어 금감원의 조사무마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검찰은 또 정씨가 평창정보통신 등의 주가관리를 위해 조성한 사설펀드의 가입자 명단과 운영내역을 캐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대 200억대로 추정되는 사설펀드에 가입한 정.관계 등 각계 유력인사들이 정씨측의 로비대상이거나 로비스트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사설펀드 가입자 명단을 일부 확보했으나 눈에 띌 만한 인물들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법대출을 묵인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장래찬(53) 전 금감원 비은행검사국장이 정씨의 사설펀드에 1억원을 투자한 사실이 확인된 점에 비춰 정씨측이 유력인사들에게 펀드를 통한 고수익을 보장하면서 투자손실까지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로비를 벌였을 개연성은 충분해 보인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특히 금감원 조사에서 장 전 국장의 투자금 1억원이 들어있던 것으로 포착된 동방금고 유조웅 사장의 7억9천200만원 짜리 차명계좌에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 고발직전 해외도피한 유씨가 금감원 접촉창구로 활동하면서 정씨와 이씨의 로비실행자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비춰 유씨가 김모씨 명의로 관리해온 이 증권계좌가 로비의혹을 밝혀줄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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