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모랑마(珠穆朗瑪).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 하늘아래 땅이 처음 시작되는 세계 용마루이자 히말라야 으뜸 봉우리. 아직도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자연의 삶과 모습을 간직한 티베트 외진 곳. 에베레스트로 더 잘 알려진 8,848m의 세계 최고봉을 티베트에서는 초모랑마(대지의 여신이란 뜻)라 부른다. 매년 산악인들의 발길이 계속되지만 여전히 인간의 발길을 잘 허용하지 않는 곳.
바로 이 최고봉에 대구산악연맹의 '새천년 새대구 초모랑마 원정대'(단장 이상시, 대장 장병호)소속 달구벌 젊은이 등 17명이 대구시와 매일신문사 후원으로 지난 8월부터 50여일간 원정에 나섰다. 동행하며 겪었던 원정기와 티베트 풍경 그리고 각광받는 티베트 트레킹 코스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초모랑마 원정기
너무나 아쉬운 실패와 철수였다. 그리고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었다.
지난 8월29일 새벽 어둠속 네팔 카트만두를 떠나 장도에 올랐던 원정대. 그러나 티베트 베이스 캠프(BC)에 이르기까지 여섯차례나 길이 끊기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다. 네팔에서 네번, 티베트에서 두번. 인상적인 것은 네팔 현지포터와 트럭들의 즉각대기였다. 매년 되풀이되는 연례행사처럼 말이다. 아마도 이맘때 쯤 즉석 일자리로 재미(?)를 본 탓인지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대원들의 고생길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고소증(高所症) 때문.
1천m의 카트만두에서 티베트의 장무~니알람~팅그리를 지나 BC(5,200m)와 중간캠프(5,700m) 및 전진캠프(6,300m)에 도착할 때까지 고도상승에 따른 산소부족 현상에 따른 고소증세가 괴롭혔다. 호흡곤란과 두통 그리고 어지럼과 구토등에 시달려야 했다. 고소증 극복을 위해 팀닥터(박무길)의 약처방에다 틈만 나면 물을 마셨지만 개운찮기는 여전했다. 게다가 엄청난 수분섭취로 밤마다 5, 6번씩이나 화장실을 오가거나 설사로 잠을 설쳐야 했다.
시련은 계속됐다. 4일간의 고소적응 뒤 BC를 떠난 원정대는 9월7일 야크부대와 함께 8시간의 바윗길 강행군 끝 5,700m 지점에서 이르렀으나 더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폭10m가 넘고 길이 수십m의 거대한 크레바스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원정대는 이틀 밤을 지내며 전대원과 세르파, 야크맨들을 동원해 바위와 돌로 크레바스를 매워 다리를 만들었다. 우리는 대원과 티베트 야크맨, 네팔 세르파의 첫 글자를 따서 이를 '한티네' 다리라 불렀다.
이틀동안 발이 묶였던 원정대는 9일 '한티네' 다리를 건너 6,500m 전진캠프(ABC)에 도착했다. 카트만두를 떠난지 12일만이요 대구를 떠난지 16일만이었다.
황량한 바람과 빙하 그리고 만년설, 바위산에 둘러싸인 전진캠프 바로 앞에 초모랑마의 북동릉이 버티고 그 너머로 세계 최고봉이 우리를 도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살아있는 것이라곤 8,000m까지 날아다니는 커다란 노란색 부리의 티베트 까마귀떼 뿐.
도착과 함께 루트개척과 공격캠프 설치등 정상공격 준비에 들어간 원정대는 12일 추석맞이 합동차례와 바로 이곳에서 유명을 달리한 고 최병수 대원에 대한 추모제등도 잊지 않았다. 라마제(祭)를 통한 간절한 기원도 빠뜨리지 않았다. '하늘과 땅 사람(天地人), 날씨와 대지의 여신, 대원이 하나되어 등정이 이뤄지도록 하소서'.
그러나 9월하순으로 접어들면서 날씨는 수시로 급변했고 대원들의 간절한 소망과는 달리 대지의 여신은 끝내 미소를 짓지 않았다. 정상을 100여미터 앞두고 장병호 대장과 공격조 대원들간의 피말리는 무전기 대화는 강풍에 밀려 끊겼다 이어졌다.
다섯차례의 걸친 끈질긴 공격과 목숨을 건 사투는 끝내 무위로 돌아갔다. 전진캠프는 무거운 한숨소리와 정적만이 가득찼다. 까마귀떼만 허공과 땅을 오가며 맴돌 뿐이었다. 결국 원정대는 다음 기회 재도전을 기약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렸다. 달구벌 젊은이들의 새천년 첫 해외원정은 이렇게 아쉽게 막을 내렸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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