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세상살이함에 있어 말은 참으로 중요하다. 말 한마디 잘 해서 천냥빚을 갚기도 하고 또 아무 생각없이 던진 말로 인해 평생 신세를 망치기도 하는게 인생이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선비는 말은 신중히 하되(訥言) 좋은 행동은 민첩히 하라(敏行)'고 가르쳤었다. 요즘이야 할 말 다하고 사는 세상이라지만 그래도 언행을 함에 있어서 해서 될 말이 있고 해서 아니될 말이 있음이야 예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더구나 한 나라의 안위를 맡고 있는 고위 공직자임에랴.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26일 한.미안보연구회 주최 국제안보학술대회 연설에서 "노근리 사건, 매향리사격장문제, SOFA개정 등에 부정적 시각을 가진 사람은 몇만명에 불과한 소수일뿐 국민 전체의사는 아니다"고 말한 문일섭(文一燮) 국방부 차관의 발언은 참으로 경솔한 언행이었다. 문 차관은 자신의 발언으로 파문이 확산되자 "노근리 사건 등을 가볍게 본다는 것이 아니라 반미 감정의 확산이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는 뜻으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노근리와 매향리 주민들이 자신들이 입은 피해를 진솔하게 주장한 것과 SOFA협정을 대등한 입장에서 체결하자는 요구가 어떻게 반미(反美)감정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되는지 문 차관의 '해명'이 오히려 우리를 더 헷갈리게 한다. 혹시 문 차관은 이 나라 주권을 지키려는 '몸부림'과 '반미(反美)'행동을 혼동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얼마전 박재규(朴在圭) 통일부 장관이 "공식적으로 국군 포로는 한 명도 없다"고 했다가 국방부로부터 호되게 항의를 받은 적이 있거니와 그때 우리들이 받은 느낌은 "도대체 박 장관이 북한 편인가 우리 편인가"였다. 마찬가지로 이번 문 차관의 발언을 들으며 "이 사람이 도대체 한국의 안보 책임을 진 국방부의 2인자란 말인가"싶은 생각부터 든다. 우리 고위공직자들은 심모원려(深謨遠慮)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먼 장래를 보고 깊이 생각하기보다 눈 앞의 한건 주의에 매달려 허둥대다보니 문제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기 일쑤다. 박 장관은 이산가족상봉에만 매달리다 국군의 존엄성을 손상시키는 발언을 했고, 문 차관은 동맹국과의 우의만 따지다 주권의 존엄성을 손상시키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꼴이 됐다. 당부컨대 잘 모르거든 입조심이라도 하기를…. 부디 눌언민행(訥言敏行)….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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