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구촌 컬처-카네기홀 분규 악화일로

10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뉴욕 카네기홀이 개편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다.

카네기홀의 현대화를 위해 지난해 운영권을 맡은 독일출신 음악가 프란츠 오네조크(52)의 경영방식에 대해 기존 임직원들이 불신하면서 지난 한달여동안 5명의 임원이 사직하거나 해임됐고, 그를 비난하는 익명의 투서도 잇따르고 있다. 또 오네조크의 집무실에서 누군가 나치를 상징하는 '갈고리 십자' 낙서를 그려놓는 등 사태가 악화일로에 있다고 최근 뉴욕타임즈가 보도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오네조크는 랩을 비롯한 현대음악 공연에 대한 문호를 넓히고, 건물내 스튜디오를 폐쇄하는 등 무리한 5개년 개편 계획에서 비롯됐다. 이 스튜디오는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과 무용가 이사도라 덩컨, 배우 말론 브란도 등 많은 예술가들이 지난 한 세기동안 주거용 공간이나 작업실로 임대해 사용한 유서깊은 음악공간.

하지만 오네조크는 음악레슨 공간이나 행정 사무실 확보를 위해 이를 폐쇄하는 방안을 추진중이어서 반발을 사고 있다. 게다가 임직원들은 "오네조크가 자신의 사무실 집기를 마련하는데 6만5천달러를 들이는가 하면 자신의 생일축하 파티비용으로 2~3만달러를 지출하는 등 과도하게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며 불신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작 스턴이 중재에 나섰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스턴은 지난 1950년대 후반 철거 위기에 놓이자 '카네기홀 살리기운동'을 주도해 성사시킨 인물로 현재 카네기홀 관장을 맡고 있다. 스턴은 쾰른 심포니를 창설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한 오네조크를 높이 평가해 그에게 카네기홀의 실질적인 운영을 맡겼고 카네기홀 현대화를 위해 추진중인 개혁안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왔다. 하지만 카네기홀 직원들을 대상으로한 조사에서 전체 직원의 절반이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고 응답, 오네조크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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