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개혁대상이 개혁작업하나

동방·대신금고 불법대출 및 로비의혹사건에서 불거진 기업·금융구조조정 사령탑인 금감위와 금감원의 도덕성과 신뢰성 훼손이 우리경제의 회생을 좌우할 2단계구조조정을 좌절시킬 가능성이 심각한 상태다. 그동안 개혁을 주도해온 금감원의 임직원들이 이른바 '정현준 게이트'에서 부패독직혐의로 검찰에 줄줄이 소환되고 있는 판에 개혁대상으로 판정되는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당장 이 사건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실무진들이 2차구조조정 업무를 당초 발표한 일정대로 추진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기도 어려울 것이고 가뜩이나 구조조정에 피해의식을 가진 대상 금융기관직원들도 더 크게 반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금감위와 금감원체제로 40조원이나 되는 추가공적자금을 투입할 2차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설사 일정대로 추진된다해도 도덕성이 실추된 현체제의 조직이 얼마만한 성과를 거둘지, 또다른 도덕적 해이를 만들지는 않을지 알 수 없다.

더욱이 기업과 금융기관의 경영 투명성이 시장의 신뢰에 문제가 되고 해외신인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감시감독하는 금감원마저 이렇게되고 보면 시장의 신뢰와 해외신인도가 떨어질 것임은 물을 것도 없다. 대우사태에 이은 현대의 유동성문제, 한보철강과 대우차매각 실패, 국제유가급등, 증시폭락 등으로 경기상승세가 급속하강하는 가운데 벌어진 이같은 사태는 구조조정에 결정적 장애가 될 수도 있다.

특히 금감원이 이번 사건에서 특별검사이전부터 동방금고의 문제를 소상히 알았을 뿐 아니라 검사대상에 포함시키기까지 했으나 장래찬 전 국장을 포함한 금감원 간부들이 이를 대상에서 제외시켰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다. 이 때문에 수사는 장 전국장 윗선까지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며 수사결과에 따라 금감원의 어디까지가 수술대상이 될지 판단할 수 없는 현재로선 금감원의 구조조정작업이 난관에 봉착하지 않을 수 없다. 이근영 현 금감위원장마저 재임 2개월에 불과하지만 이 사건에 전혀 책임이 없다할 수 없는 입장이다. "모든 개혁은 당초 일정대로 확실하게 추진될 것"이란 그의 확고한 의지표명도 확실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금감위·금감원의 현체제 못잖게 발족 1년10개월에 이른 이 기구의 제도적 문제가 이번 사건의 배경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장단기적인 금감위·금감원의 개혁방안이 마련돼야할 것이다. 적어도 개혁대상이 개혁을 추진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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