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남 순천서 열린 41회 '한국민속예술축제'결산

전국의 20개 시·도대표 1천4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전남 순천 낙안읍성 민속마을에서 열렸던 제41회 '한국민속예술축제'는 그간 이 대회의 대명사로 통했던 '공설운동장 대회'라는 오명을 벗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대회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민속예술축제'는 그동안 40차례의 행사를 거쳐오면서 우리 전통민속예술의 공간적 배경과는 전혀 맞지않는 공설운동장을 벗어나지 못했고, 전국체전이나 소년체전을 방불케하는 인위적 관중동원 등 스스로의 품위를 떨어뜨려왔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순천대회는 관객동원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뒤로한 채 대회장소를 과감하게 도심에서 떨어진 자연친화적 민속마을로 선택, 어느때보다 대회의 격(格)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대회장소는 초가집과 기와집, 동헌 등 옛 성내를 재현한 민속마을로 이 마을의 한가운데 위치한 900여평의 잔디마당이 그 무대. 관객들은 한낮 햇볕에 한껏 달아오른 시멘트 스탠드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보는 것이 아니라 팽나무 그늘과 잔디밭위에서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었고 바로 눈앞에서 출연자들의 숨결까지 느낄 수가 있었다.

심우성(67·문화재청 문화재위원)씨는 "그릇에 따라 물의 모양이 바뀌듯이 이번 대회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장소에 획기적인 변화를 줌으로써 대회 본연의 위치를 찾았다"며 "내년 경북대회도 우리의 전통과 어울릴 수 있는 장소가 선택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소선택 등 대회의 기초는 진일보했지만 대회 참가 각 시도 대표팀의 수준은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보여주기식 억지연출과 어거지에 가까운 종목 선택의 행태는 변함이 없었고 전국 각지 민속예술의 특징을 '벤치마킹'한 뒤 향토의 민속예술처럼 포장하는 이른바 '주민등록이 헷갈리는' 공연도 사라지지 않았다.

또 대회가 열릴때마다 강조된 것이지만 새로 발굴된 향토의 전통문화를 전국 각지의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노력보다는 이미 알려진 것을 들고 나오는 경우도 많았다. 이번 대회에 '고산농악'으로 참가한 대구가 대표적인 예로 그 결과, 최하위권이라는 쓴잔을 마셔야했다.

한편 경북은 '고령 새가지 농악'을 새로 발굴, 지난 여름 둑이 무너져 농경지 수백ha가 잠기는 수해속에서도 착실히 연습해 우수상(문화관광부 장관상) 수상 등 상위권에 올라 대구와 대조를 보였다.

대전보건대 석대권교수는 "전통예술도 문화재라는 인식 위에 새로운 것을 발굴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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