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촌 실업고 신입생 급감

농촌지역 실업계 고교는 이제 설 땅조차 없는가. 해마다 신입생이 급감, 위축일로에 있던 경북지역 실업계 고교가 원서접수를 앞두고 존폐에 대한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다.

실업고 관계자들은 올해 지역 실업고의 신입생 확보전망이 사상 최악이 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자칫 정원 미달이 폐교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원서마감을 하루 앞둔 안동농고 특수목적교과반 신입생 지원자는 모두 57명. 정원 90명에 훨씬 못 미친다. 수업비가 전액 면제되고 기숙사 무료입사 등 각종지원과 혜택으로 그동안 실업계 중 최고의 인기를 누려온 이 학과가 미달을 걱정할 정도라면 다른 학과나 사립 실업고의 사정은 불보듯 뻔한 일. 특히 비인기과인 화공과나 토목과 등은 지원자가 없어 과를 폐지해야 할 학교가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례로 의성공고의 경우 내년 입학정원은 180명이나 최근 지역내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한 입학 희망 의향조사에서 고작 80여명만이 지원할 것으로 나타나는 등 농촌지역 실업고 상당수가 입학정원을 절반도 채우지 못할 상황이다.

이같은 지원자 절대부족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학생, 학부모들의 인문계 선호 경향 때문. 모두가 대학진학을 염두에 두고 고교를 선택하는 탓에 실업계 고교의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실업계 고교가 원래의 기능이나 역할을 상실했다는 점도 학생, 학부모의 발길이 끊어지는 이유다. 몇년 사이 대거 늘어난 전문대학이 과거의 실업고 교육내용까지 잠식한데다 정부 지원은 급감, 교육여건이 나빠져 입학지원율이 더욱 떨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업고의 교육여건 악화는 이미 산업현장에서 사라진 지 오래된 기종이나 모델을 학습기자재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에서도 엿보인다. 일부 상업, 농업고가 '정보고' '생명과학고'등으로 교명을 그럴듯하게 바꿨지만 실제 정보나 생명과학을 학습하기에는 기자재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

따라서 특수한 가정사정 때문에 인문계 고교 진학을 포기하거나 학업성적이 뒤떨어져 갈곳이 없어 마지 못해 입학하는 학생들이 소일 삼아 다니는 곳이 실업계 고교의 냉정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실업고 교사들은 "근본적인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마다 법석을 떠는 학생유치활동은 제살 뜯기식 소모전일 뿐" 이라며 "경북도내 고교생의 45%를 차지하는 실업고의 장래를 고민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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