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전 노화이기기-(7)천연 기호음료 녹차

중국 대륙을 통일했던 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 그는 불로불사의 약초를 구하기 위해 1천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해동국에 보냈다. 죽음을 극도로 두려워 했던, 권력과 영화를 영원히 누리고 싶었던 욕망의 소치였으리라.

질병과 노쇠, 그에 따른 죽음은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것. 진시황이 찾던 영생을 보장하는 약초는 세상에 없다. 그러나 병을 예방하고 노화를 늦춰주는 '항노초'(抗老草)는 있다. 자연이 인류에게 선물한 최고의 기호 음료인 녹차가 그것.

◇노화와 암을 예방하는 천연식품

사람에게선 20대 후반부터 몇가지 호르몬이 줄어들고 노화가 시작된다. 담배연기, 공해, 식품첨가물, 스트레스 등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우리 몸에선 빠르게 노화가 진행된다.

노화를 막아주는 비타민A, C, E, P, 셀레니움 같은 항산화제는 매일 골고루 먹기 힘들다. 젊음과 관련된 호르몬도 부작용을 생각하면 쉽게 사용해 될 일이 아니다.그러나 녹차는 주위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고 안전한 건강장수 식품이다. 항산화, 항암,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혈압 강하, 항균, 혈소판 응집 억제, 혈당저하 등 작용으로 노화를 늦추고 건강을 지켜준다.

◇비타민C의 보고(寶庫)

비타민C는 유해산소 제거제. 유해산소는 우리 몸의 세포와 핵을 공격해 늙게 만드는 악당이다.

녹차는 단일 식품으로는 비타민C 함유량이 가장 많다. 소문난 시금치의 약 3배나 많이 들어있다. 가루로 타 마시는 말차에 있는 것은 거의 10배에 이를 정도.

게다가 녹차의 비타민C는 열에도 강해 우려내도 손실이 적다. 익히거나 끓이는 과정에서 쉽게 비타민C가 파괴되는 야채와 다른 점. 녹차를 우려낼 때 물을 70℃ 정도로 하면 비타민C의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녹차는 천연 상태로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항산화제인 셈이다.

◇하루 5잔 이상 마셔라

일본은 세계 최고 장수국이자 녹차의 최대 소비국. 그런 일본인의 장수가 녹차와 깊은 관련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녹차를 많이 마시는 시즈오카 지역의 위암 발생률이 덜 마시는 다른 지역 보다 훨씬 낮다는 조사 결과가 몇년 전 나왔었다. 녹차를 하루 10잔 이상 마시는 여성들의 암 발생을 9년간 관찰한 결과, 그렇지 않은 일반 성인의 절반에 불과했다는 보고도 있다.

그렇다면 녹차의 어떤 성분이 항암작용을 할까?

과학자들은 녹차의 떫은 맛을 내는 '카테킨'(Catechin)을 주요 성분으로 꼽는다. 이것은 간암·유방암·위암·식도암 발생을 억제하고 동맥경화도 예방하는 것으로 입증됐다. 암 예방을 위해서는 하루 5잔 이상의 녹차를 마시는게 좋다는 얘기가 되는 셈.

◇스트레스도 이기는 녹차

과도한 스트레스는 건강 장수의 적이다. 우리 몸의 호르몬 분비를 변화시키고 신체에 무리를 줘 수명을 단축시킨다.

녹차를 마시는 과정은 꽤 번거롭다. 찻물을 끓여 식히고, 찻잎을 넣은 뒤, 우러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급할수록 쉬어 가야 하듯, 조용히 차를 마시며 마음을 정리하는 이 과정 역시 스트레스를 예방해 건강장수에 큰 도움을 준다.

차를 오래 마신 사람들은 "차를 마시면 오감이 좋아진다"고 한다. "차 색깔이 잘 우러났는지 가늠하느라 시력을 밝게 하고, 물이 잘 식었는지 보는 과정에서 감각을 예민하게 하고, 차 향을 맡으며 후각을 좋게 하고, 차 맛을 음미하면서 미각을 좋게 하고, 차 뒷맛을 음미하면서 인생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 녹차를 마시는 마음의 여유를 잘 깨우쳐 주는 말이다.

◇카페인 부작용은 조심해야

녹차에는 카페인이 들어 있어 위장질환이 있는 사람이 공복에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또 카페인의 이뇨 작용 때문에 체중이 감소할 수도 있다.

카페인은 각성효과가 있으므로 예민한 사람은 늦은 오후나 저녁시간에 녹차를 마시면 불면증을 만날 수도 있다.

〈계명의대 가정의학과 dhkim@dsm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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