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대구에 있는 삼성투자신탁증권을 삼성증권에 흡수하는 방식으로 없애버리기로 한 데 이어 조만간 삼성상용차 퇴출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그룹에 대한 지역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구 동양투신을 인수하면서 대구에 본사를 둔 투신전문 금융사로 키우겠다고 약속했으나 불과 2년여만에 문을 닫게 했으며 구 제일모직 부지에 500억원을 들여 짓겠다던 오페라하우스도 5년째 착공을 미뤄온 마당에 상용차 퇴출까지 단행하자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고 있다.
대구에서 자동차사업을 한다는 명목으로 각종 특혜를 제공 받은 삼성이 투자 한번 제대로 하지 않고 구조조정 분위기에 편승해 아무런 대안 없이 상용차를 버리는 것은 이윤챙기기에 급급해 기업 윤리를 저버리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삼성은 제일모직 부지의 용도변경을 통한 아파트 및 대형할인점 신축 허용, 성서산업단지 대단위 아파트단지 건설 허용, 반월당 지하공간개발 사업권 접수, 성서3차산업단지 개발업체 지정 등 지금까지 대구시로부터 많은 특혜를 제공받아왔다.
이 때문에 시의회.경제단체.학계를 비롯한 지역 전체가 삼성이 대책없이 상용차를 퇴출시키면 대대적인 삼성 규탄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다.
이수가 대구시의회 의장은 "삼성의 대책을 묻기 위해 삼성 구조조정본부와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답변이 없었다"면서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범시민적인 삼성 제품불매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의 입장도 비슷하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대구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 각종 특혜를 받고서도 이윤만을 고려해 상용차 사업에서 철수해버리면 큰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태우정부 당시 공장을 대구에 짓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자동차사업에 진출한 삼성은 총 1조5천억원을 투자해 트럭 뿐만 아니라 레저용 차량까지 대구에서 생산한다고 발표했으나 부산 승용차공장에 집중 투자하는 바람에 상용차 투자는 계획의 30%에 불과했다.
권상장 계명대 교수는 "자동차는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초기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삼성은 이를 등한시 했다"며 "시민들의 힘으로 승용차 공장을 다시 가동케 한 부산의 사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정암 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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