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제 법정관리 상태인데,당국자들은 그래도 '괜찮다니?'

대구.경북 경제가 '법정관리'상태다. 기업들은 쓰러지거나 빈사상태이고 가계소비는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그런데도 당국자들은 "경제가 좋다"만 연발하고 있다.

하반기들어 우방, 서한의 법정관리 신청 및 부도, 보성의 법정관리 기각 등 대형업체의 잇단 몰락으로 지역경제 자체가 정리절차(법정관리의 정식명칭)에 들어갔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기업 상당수가 법정관리상태여서 "대구지법 담당 부장판사가 대구의 경제시장(市長)"이라는 얘기가 무성하다.

전국적인 지명도를 자랑했던 청구, 우방, 보성의 몰락으로 지역 건설업은 완전 붕괴됐으며 코오롱건설, 부영 등 외지업체들이 물밀 듯 밀어닥치고 있다.

주력인 섬유업을 육성하기 위한 밀라노 프로젝트는 추진 3년째 접어들었으나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것은 물론 업계에 향후 비전조차 제시하지 못하는 등 지지부진하다.

그나마 버텨왔던 자동차부품산업 역시 삼성상용차 퇴출확정과 자동차벨트의 사실상 무산 등으로 주력산업이 되기에는 힘들어졌다.

실제 기업 존망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어음부도율에서 대구.경북은 9월 1.26%로 8월에 비해 두배 가까이 상승했으며 특히 대구 부도율은 98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 IMF 관리체제 직후보다 두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 산업생산지수는 전국적으로 크게 높아진 데 반해 대구는 97년 96.6에서 지난 8월에는 87.6으로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수출실적도 95년 이후 매년 4%가까이 감소해 99년에는 6년전인 93년 수준에 머무는 등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실물경기도 급속 냉각돼 IMF 이후 중산층 이하의 단골가게로 떠오를 만큼 성장일로를 달려온 할인점들이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매출감소로 돌아섰다.

이에 반해 물가는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고유가 등에 따라 상승추세로 연결돼 소비급랭을 감안할 때 스태그플레이션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지역금융 위축도 한계에 이르러 대구.경북에 본사를 둔 중대형 금융기관은 대구은행이 유일하게 됐다. 대동은행, 대구.경일종금, 대구.대동리스, 조선생명이 퇴출된 데 이어 최근 삼성투신이 흡수합병됐고 영남종금은 통합예정이어서 더 이상 사라질 지역 금융기관도 없다는 게 금융권의 푸념이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현실인식은 안이하기 짝이 없어 장래 회생가능성에 대한 기대마저 빼앗고 있다. 문희갑 대구시장은 지난달 27일 국정감사에서 "각종 대구 경제지표는 광역시 중 중.상위권이다", "건설업 비중이 11.8%에 불과해 우방이 부도났다고 대구가 망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해 국회의원들의 빈축을 샀다.

지역 경제계 한 인사는 "나라 전체가 어렵다고 하지만 그중 대구.경북의 처지는 비상상황이라고 할만큼 총체적으로 위기"라고 전제하고 "대구시, 경북도를 비롯한 지방정부가 앞장서는 범 지역 살리기 운동이라도 펴야할 판"이라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azzza@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