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면(잘 생기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 '능력없는 남자(여자)와는 살아도 못생긴 남자(여자)랑은 못산다'.
바야흐로 외모제일주의 시대. 성격이나 능력 등은 제쳐두고 무조건 외모부터 준수해야 주변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기도 쉽고 사회생활조차 용이한 세상이다. 더구나 연령층이 낮을수록 외모가 떨어지는 사람에 대해 마치 '장애'가 있는 것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대구시 수성구 시지동에 사는 주부 김경자(가명.38)씨는 요즘 초등학교 6학년생인 딸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얼마전 또래친구들이 '대갈공주'라고 놀린다며 딸이 펑펑 울면서 집에 돌아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CD로 얼굴이 가려질만큼 얼굴 작은 연예인이 미인으로 추앙받는 시대라지만 어린애들까지 친구의 신체부위를 상스런 용어로 표현해가며 놀리는 현실이 김씨는 씁쓸하게만 느껴졌다.
여고 2년생인 박선미(가명.17)양. 최근 부모로부터 내년 수능시험이 끝나는대로 쌍꺼풀 수술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최근 박양이 평소 좋아하는 고3 오빠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못생긴게 되게 재수없다'는 폭언을 듣고 가슴앓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모가 알았기 때문. 박양은 대학생이 되면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외모에 자신이 없는 곳을 고칠 생각이다.
그럴듯한 외모가 절대선처럼 여겨지고 있는 판에 남성도 외모관련 폭언피해의 예외는 아니다. 대학생 이명수(가명.22)씨는 최근 친구들과 함께 여학생들을 소개받는 자리에서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자신의 다리가 속칭 '숏다리'보다 더 짧은 '소반다리'라며 '폭탄'(미팅 등에서 못생긴 사람을 지칭)으로 지목됐기 때문. 노골적으로 나가달라는 소리에 어색하게 자리를 떴지만 그날의 충격 때문에 여자친구를 사귈 자신감이 사라졌다.
대구청소년문화센터 안미향 원장은 "외모중심주의 사고에 따른 무책임한 언어폭력들이 성형수술붐, 목숨 건 체중감량 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외모보다 내면적 아름다움에 관심을 갖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가영기자 k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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