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50이란 나이

여고 동창회에 가보면 시끌벅적하다. 외손주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하는 예쁜 할머니도 있고, 50 나이를 두고 이러쿵 저러쿵 귀엽게(?) 수다를 떠는 모습들도 보인다. "30, 40대까지는 계획이 있었는데 이젠 계획없이 살아" "난 2자 3자 4자 다 싫어. 5자가 좋아" "아니야, 스무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내 가진 모든 것 버릴 수 있어"

여자나이 50은 이미 아무도 주목해주지 않고,골다공증 같은 것이나 걱정하곤 하는 나이다. 아무리 뽀얗게 화장해 보아도 그 옛날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나의 경우 인생을 대략 25세 단위로 나눠 살아온것 같다. 25세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그다음 25년은 열심히 일하고, 그 후로는….

둘 다 대학교수인 친구부부가 이번 가을 미국의 명문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교환교수가 아니라,토플시험을 거쳐 50줄에 부부가 나란히 석사과정에 다시 입학했다. 자신들이 평소 하고 싶어했던 분야의 공부를 하기 위해서 기꺼이 학생으로 돌아간 것이다. 아름다운 50대의 모습이다.

그동안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서인지 "5자가 좋다"는 여고동창생처럼 나역시 50이란 나이가 그다지 아쉽게 여겨지지는 않는다. 어쩌면 이 나이가 주는 '자유'(물론 완벽한 자유는 아니겠지만)를 기대하면서 이때를 기다려왔는지도 모른다.

가을이 깊어간다. 노르스름하게 물들어가는 도심의 느티나무들이 얼마나 멋져보이는지…. 느티는 수백가지의 색깔을 나타낸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멀지않아 잎을 다 떨구고 나면 긴 겨울 흰눈 이불 덮고 한숨 잔뒤 다시 봄으로 태어나 연두색 새 순을 틔우겠지.

이 가을, 내 안에 품어 안고 있었던 수백 가지 내 모습들을 하나하나 정리해보면서 느티처럼 겸허하게 이 계절을 보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경동정보대 평생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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