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찰 엉터리처리 수두룩

지난 8월 대구 성서공단 네거리에서 1t화물차로 운전교습을 받던 장모(28)씨는 녹색 신호등을 보고 앞차를 따라 좌회전하다 반대편에서 마주오던 1t 화물차와 충돌했다. 장씨는 "신호를 지켜 좌회전 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직진신호를 보고 운행했다"는 화물차 운전자 정모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경찰은 장씨가 황색신호에서 운행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결론지었다. 아무리 신호위반이 아니라해도 경찰은 들어주지않았다. 속이 탄 장씨는 대구지방경찰청에 이의신청까지 해서야 가까스로 혐의를 벗었다. 경찰청은 상대 차량이 교차로에 먼저 진입한 장씨 차량을 기다리지 않고 진입해 '교차로통행준수의무'를 위반했다고 1차 조사결과를 뒤집었다. 현장조사 경관이 좌회전 신호가 맞은편 직진신호보다 앞서는 교차로 신호체계의 기본상식조차 몰랐기 때문에 빚어진 사례다.

대구 평리동에 사는 이모(32)씨는 지난 7월21일 새벽 사업상 만난 김모(42)씨와 술을 마신 뒤 김씨가 모는 트라제 승용차 조수석에 탔다가 큰 봉변을 당할뻔 했다. 당시 여성 2명도 함께 탄 김씨의 트라제 승용차는 서구 평리동 한 주유소 앞길을 달리다 무단횡단하는 차모(50)씨를 치는 사고를 냈다. 운전자 김씨와 함께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귀가한 이씨는 며칠 뒤 자신을 '가해 운전자'라며 경찰이 보낸 출두요청서를 받고 정신이 아득했다. 경찰은 운전자 김씨의 거짓말과 당시 현장 목격자 1명의 진술만 믿고 자신을 가해자로 몰아붙였다. 아무리 부인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이틀 뒤 경찰이 동승 여성 2명의 증언을 듣고서야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이처럼 교통사고에 대한 경찰의 잘못 처리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운전자들의 불만이 갈수록 늘고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교통사고 이의신청이 지난 96년 195건, 97년 203건, 98년 232건, 99년 255건, 올해 8월까지 213건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등 경찰의 처리잘못으로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진 경우가 지난해 9건에서 올해는 이미 지난 8월까지 13건에 달하고 있다.

이는 경찰이 교통사고 당시 스키드마크(타이어 노면마찰흔적)나 차량 추돌부위 등 사고정황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목격자 진술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데다 사고조사 자격증이 없거나 교통사고전문화 교육을 이수하지 않는 경찰의 전문성부족도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대구경찰청 151명의 교통사고 조사요원중 절반인 75명이 교통조사전문화 교육을 받지 않았으며, 지난 96년부터 98년까지 교통사고조사 자격증 소지자가 17명이었으나 지난해와 올해의 경우 10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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