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땡업자' 장사터로 변한 우방 본사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우방 본사 사옥이 속칭 '땡업자'들의 재고 의류 판매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2일부터 우방 사옥에는 주최가 불분명한 30여명의 재고 의류업자들이 1천500여평의 매장을 빌려 2주일 가량 장사에 들어갔다. 우방이 임대료로 받는 금액은 1개월 사용에 800만원. 우방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최근 사옥 3개층 전체를 사용할 필요가 없자 '전기세'라도 벌 궁리로 1개층을 임대하기로 했다.

우방은 지역 한 방송사에 일정기간 임대하는 조건으로 지역 중소기업 상품전, 쉬메릭 특별전, 벤처박람회 등의 행사장으로 허락할 예정이었으나 정식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채 '나이키 특별할인점'을 하는 조건으로 일반 업자와 가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행사내용을 잘 알지 못했던 우방 직원들은 2일 행사가 시작되면서 심한 비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행사장에는 나이키 제품이 30% 정도 들어왔으나 나머지 공간에는 '땡물건'으로 가득찼다. 컵라면 10개들이를 선착순에 따라 준다는 업자 광고로 오전 7시부터 사람들이 줄을 섰다. 광고에 현혹된 고객들이 몰리면서 급기야 우방 직원들이 주차봉을 들고 본사 주차장을 통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행사장을 빌린 '땡업자'들이 '우방아 힘내라'는 플래카드를 정문 앞에 붙이려고 했을 때는 우방 직원들이 나서 이를 막기도 했다.

광고 내용과 판매되는 물건의 판매가격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낀 고객들은 우방의 행사인줄 알고 우방에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광고전단에는 신사정장 한벌이 수량 무제한으로 2만9천~5만9천원이었으나 입을 만한 옷은 대다수 20만원 안팎에 팔리고 있었다. 한 매장 직원은 "광고대로 팔면 우리는 뭘 남기느냐"며 태연하게 말하기도 했다. 50만~60만원짜리 가죽 무스탕이 무조건 5만원이라는 광고도 거짓이었다. 왠만한 물건은 수십만원에 판매됐다. 5만원짜리라는 물건은 구석에 처박힌 채 '그저 줘도 안입을 옷'으로 평가됐다.

행사를 알고 찾아든 고객들 때문에 우방 본사 인근은 교통이 엉망이었고 잡상인들이 속속 진을 치고 있었다.

이런 광경을 지켜본 우방 직원들은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에 있지만 우방을 믿어줬던 시민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줘 비애감이 들 정도"라며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땡물건을 파는 공간으로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흥분했다.

이에 대해 한 재고상품 처리업자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수록 우방 본사를 모르는 시민들에게 위치를 정확히 알릴 수 있어 좋은 것 아니냐"며 "행사 광고에 무리가 있었던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전계완기자 jkw6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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