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의혹의 '뇌관'으로 재부상한 '정현준 펀드'의 규모와 가입자 수가 2일 확인되면서 과연 어떤 인물들이 펀드에 가입했는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2일 국회 법사위에서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KDL) 사장과 관련된 사설펀드는 5개로 출자규모는 703억원, 가입자 수는 653명"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펀드 속에 포함된 펀드인 이른바 '새끼펀드'를 포함하면 실제 가입자 수는 1천명을 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수사결과 5개 펀드의 명칭은 '디지탈홀딩스(HC)','리엔텍(성공)','평창(알타)','엔파스','디지탈임팩트(DI) 펀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정씨가 KDL, 디지탈임팩트, 평창정보통신 등 3개사를 묶어 설립하려 한 인터넷 지주회사인 디지털홀딩스 출자용으로 만든 HC펀드는 투자액 411억원, 가입자 406명에 달하는 최대규모로 KDL 등 계열사 임직원과 의원 비서관 등 정치권 주변인사, 언론인, 연예인, 스포츠선수 등 다양한 부류의 인물들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펀드에는 정씨와 이원근 비서실장 등 측근들과 비슷한 또래인 30대 젊은 투자자들이 주로 가입했고 그중에서도 정씨가 다닌 K대 대학동문과 벤처클럽 회원 등이 주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펀드 중 의혹이 집중되고 있는 펀드는 장래찬 전 국장이 1억원을 투자한 '동방펀드'를 새끼펀드로 포함하고 있는 평창펀드.
출자규모 132억원(가입자 73명)인 이 펀드에는 동방펀드가 4개나 들어있는데 동방금고 유조웅 사장과 이경자 부회장이 직접 모집책으로 나서 손실보전 이면약속 등을 내걸고 상당수 정·관계 인사들을 끌어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따라 검찰은 이 부회장이 모집한 동방펀드의 가입자들이 이 부회장이 제공한 차명을 이용해 수억원씩 투자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실명확인에 주력하고있다.
또 리엔텍 펀드와 엔파스 펀드는 출자규모와 가입자 수가 각각 48억원(111명),104억원(51명)으로 리엔텍의 전신인 (주)성공과 검색엔진 '엔파스'에 투자하기 위해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로비용이라기 보다는 순수투자용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디지탈임팩트 실권주 물량을 배분하기 위해 모집된 펀드로 알려진 DI펀드는 정씨 지인들이 참여하긴 했으나 규모가 6억8천만원(가입자 13명)으로 극히 작은 점에 비춰 가입자 모집이 도중에 중단됐거나 HC펀드의 새끼펀드로 추정된다.이처럼 사설펀드의 윤곽이 드러남에 따라 수사팀은 펀드명단에 나타난 가·차명명의 속에 숨은 실제 전주(錢主)를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검찰이 '정 펀드'를 주시하는 이유는 사설펀드가 코스닥 활황을 기폭제로 정·관계 유력인사들과 신생 벤처기업가들의 '연결고리'로 생겨났다는 태생배경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만큼 '로비창구'나 '뇌물상납처'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검찰이 '투자 자체로는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펀드 가입자들을 차츰 소환하기 시작한 것은 펀드에 쏠린 로비의혹을 해소하지 않고는 사건의 실체를 규명할 수 없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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