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부실정리, 선정에 이상있다

2차구조조정의 본격적 출발을 알리는 11·3 부실기업판정 발표내용은 정부가 제시했던 "살릴 기업은 확실히 살리고 퇴출시킬 기업은 확실히 퇴출시킨다"는 당초 방침과는 거리가 있었다. 물론 1차구조조정 발표 때와는 달리 동아건설 등 굵직한 기업들이 일부 포함돼 있는 것은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정부와 은행권이 적잖은 부담과 고심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2차 구조조정의 당면한 목표인 시장의 불확실성 해소와 기업·금융 부실악순환의 고리끊기에는 미흡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우선 이번 부실판정대상기업 287개업체중 정리대상으로 분류된 업체가 52개라고 발표했지만 실질적인 청산은 18개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이미 대부분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중이던 기업이란 사실은 "흉내만 냈다"는 지적을 받을만했다. 그래서 실제 부실업체이면서 이번에 정리대상이 되지 않은 경우는 앞으로 다시 금융부실을 키울 원인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 100조원이 넘는 공적 자금을 쏟아붓고도 모자라 추가공적자금 조성을 추진하는 판에 또다시 부실을 남겨둔다면 우리경제의 장래는 여간 큰일이 아니다.

특히 현대건설과 쌍용양회를 연말까지 추가자구계획실행을 전제로 일단 회생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퇴출에 따른 부담과 고충을 이해하더라도 시장불안해소에 결정적 장애라 할 것이다. 그동안 현대의 유동성부족과 네차례에 걸친 자구계획이행 부진이 시장불안의 근본원인이었음을 생각하면 정부와 채권단이 이번에도 결국 현대에 끌려가는 꼴이 되고만 것이다. 이근영 금감원장과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과의 만남에서 현대측의 아무런 추가계획 보장없이 이같은 회생조치를 취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퇴출기준과 퇴출판정의 방법도 석연치않다. 일부 업체는 법원이 객관적으로 회생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는데도 퇴출판정했고 일부업체는 사양산업인데도 회생업체로 분류한 것 등은 기준에대한 의문을 갖게 하고 그것이 경제논리 아닌 정치논리에 의한 판정이란 일부 여론을 만들고 있음을 알아야한다. 또 2차구조조정의 생사 기로에서 당장 부실을 기피하려는 은행들이 부실판정을 했다는 것도 객관성과 타당성을 의심케한 것이었다.

결국 이번 부실판정의 성패는 앞으로 실행의 강도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판정만으로 부실기업정리가 끝난 것이 아니다. 시장의 판단에 따라 수시퇴출 등으로 구조조정을 꾸준히 확실하게 추진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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