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드라마 홍보도구가 된 오락프로

지난 1일 방송된 kBS2의 오락프로그램 '감성채널 21'(저녁 7~8시)은 '금주 최악의 프로그램'에 뽑힐만 하다. 그럴듯 하면서도 모호한 제목을 달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KBS가 오랫만에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드라마 '가을동화'내용을 퀴즈로 푸는 형태로 꾸며졌다.

출연자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 '가을동화'의 극중 인물인 준서,은서,태석이 등장하는 장면을 제시하고 다음 장면의 대사나 상황이 무엇인가?라는 것을 문제로 내어 답을 맞추게하는 식이었다. 가히 '가을 동화의, 가을 동화에 의한, 가을 동화를 위한'프로그램이었다. 이는 일부 TV 오락프로그램이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의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들어 연예정보 프로그램이나 오락프로그램에서 같은 채널의 드라마를 홍보하는 사례가 많아 이에 대한 지적이 그치지 않고 있으나 '감성채널 21'은 이를 무시한 채 최고 수준의 홍보에 열을 올렸다. 시청률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시청자들의 시선은 아랑곳 않은 채 뻔뻔스러울 정도의 홍보에 열을 올린다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또 한 프로그램이 다른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 어울릴 수도 있지만 이러한 경향이 심화됨으로써 적절치 못한 홍보방식이 정착되고 이를 당연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프로그램 자체의 내용과 질로 승부하는 '합리적 경쟁'에 어긋나게 된다.

이와 함께 하나의 프로그램을 도구적 형태로 전락시킴으로써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잃게 하고 연출자의 안일한 의식을 낳고 있다. 오락프로그램도 독자적인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당연히 정체성을 갖춰야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가볍게 취급하는 것은 아닌지, 혹은 당초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시청률이 좋지 않으니까 아예 시청률 높은 다른 프로그램을 위해 활용하자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만약, 후자의 경우라면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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