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법정관리 집행유예...추가 자구안 열쇠

법정관리 기로에 서있던 현대건설이 결국 채권단으로 부터 일종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차입금 만기연장만으로 최소한의 숨통은 터주겠지만 연말까지 약속한 자구를 이행, 자력갱생하지 않는다면 가차없이 법정관리에 처하겠다는 최후통첩이 내려진 것이다. 정몽헌(MH)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을 포함해 현대 수뇌부는 사재출자를 포함한 특단의 추가 자구노력을 이행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어 회생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현대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상태로는 일시적인 미스매치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어떤 추가자구안 나올까=현대가 마련중인 추가자구안은 전체 자구계획 1조6천430억원의 '이행보증 각서'라는 성격을 띨 것 같다. 추가 자구가 진전을 보지 못해 또 다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라도 자금회수에 나서겠다는 것이 채권단의메시지다. 아직까지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않았지만 규모는 4천억원 이상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지난 18일 발표된 4차 추가 자구규모 5천810억원중 실천에 옮겨진 중공업.정유지분 매각분 1천610억원을 뺀 4천200억원의 '대체분' 성격이다.

급조된 부실항목을 털어내고 새판을 짜겠다는 것이다. 당시 자구계획 가운데 △주식담보 외화차입 △전환사채(CB) 발행 △상선.아산주식 매각 △철구사업부 매각방안 등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중 가장 핵심적인 대목은 MH의 사재출자.건설.상선지분을 제외하고 전자(1.7%).상사(1.22%) 지분 등 612억원(1일 종가기준)을 매각, 현대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전체 자구계획상 규모는 미미하지만 오너의 정상화 의지 표명이라는 점에서 시장신뢰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창업주인 정주영 전명예회장의 사재출자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의미를 갖는다. 자동차지분 2.69%와 중공업 0.5%, 상선 0.28% 등 사실상 전재산을 현대건설 정상화에 지원한 것이다.

◇실현가능성 있을까=추가자구안은 일단 실효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유주식 매각을 통한 사재출자는 곧바로 현금유동성 확보로 이어져 실효성이 가장 높다. 그러나 이 문제는 쉽게 결론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당초 이날 오후로 예정된 추가자구안 발표가 연기된 것도 여기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MH가 구상한 사재출자는 건설.상선지분을 제외하고 전자.상사지분 612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인 300억~400억원. 그러나 정부와 채권단은 사재출자 규모가 작아 상선지분까지 처분대상에 넣을 것을 요구했고 MH가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이 결렬됐을 것이라는 설이 나돌고 있다. MH로서는 상선지분까지 매각할 경우 그룹지배력이 상실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MH는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그룹 지주회사를 건설에서 상선으로 옮기는 지배구도의 변화를 구상하고 있다는 게 정설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와 채권단간의 조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