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그룹 앓던 이 빠졌다 속웃음

무리한 자충수가 결국 '삼성 불패신화'마저 퇴출시켰다.

'삼성이 하면 안될 것이 없다'는 자신감으로 '불패신화'를 이어가던 국내 최고기업 삼성의 자존심이 이번 삼성상용차의 부실판정으로 여지없이 무너졌다.

승용차를 어쩔 수 없이 르노에 매각한데 이어 상용차의 부실판정으로 삼성은 자동차 분야에서만 두번씩이나 쓴 맛을 본 것이다.

국내 최고를 자부하는 삼성으로서는 '충격'을 받을 법도 하지만 삼성 내부의 분위기는 이와는 정반대다.

삼성상용차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있는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이번 판정을 두고 '울고 싶은데 뺨맞은 격'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삼성의 골칫덩이=올해 순이익 8조원 이상을 기대하며 최고의 황금기를 구가하는 삼성의 말 못하는 고민중의 하나가 바로 상용차 처리 문제였다.

삼성 상용차는 매출액이 제조원가에 못미치는,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기업이다. 매출은 제조원가와 영업비용, 금융비용 등으로구성되는 것으로 매출총액이 제조원가를 밑돈다는 것은 경제이론상 존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천75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2천6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어림잡아 1천만원 짜리 1t 트럭을 만들어 팔아 2천만원의 손해를 본 셈이니 삼성 아니라 세계 어느 기업이라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삼성이 승용차 사업 진출을 위한 사전포석으로 96년8월에 대구성서공단에 설립한 삼성상용차는 초기 투자가 빈약했던 97년에 2억2천만원의 '억지 흑자'를 기록한것을 제외하고는 98년에 724억원, 99년에 2천66억원, 올해 상반기에 816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3천400억원의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1천억원에서 4천400억원으로 늘렸지만 이미 전체 납입자본금의 82%가 잠식당한 상태다.

총부채규모가 7천317억원으로 지난해 말 부채비율이 417%에 달했으며 지난해 이자로만 무려 1천217억원이 지출됐고 올해는 자금사정이 더욱 악화돼 부채비율이 1천400%대로 급상승했다.

◇금융계열사 긴급지원으로 연명=이런 기업이 그나마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삼성의 금융계열사들이 법의 테두리안에서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돈을 긴급지원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18일 600억원을 신용대출해준데 이어 같은달 23, 24일에도각각 130억원, 190억원을 긴급 대출해주는 등 하반기에만 상용차에 2천110억원을 지원했다.

삼성은 '적어도 삼성만은 자신의 부실 부분에 대해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해서는안된다'는 국민정서, 상용차 진출 당시의 대구지역 주민들에 대한 약속, 상용차 진출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원죄' 등 명분에 묶여 어쩔 수 없이 상용차를 끌고 올 수밖에 없었다.

명분있는 '임종'을 기다리며 상용차에 꽂아놓았던 '링거액' 주사기를 뺄 수 없었던 삼성은 채권단의 부실판정으로 힘들이지 않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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