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대선 2000 D-3

세계 여러 나라들은 어떤 관심 때문에 미국 대통령 선거를 주시할까?

경제문제가 핫이슈였던 1992년 대선과는 달리 이번 선거가 '현안 부재' 양상을 띠고 있는데다 민주.공화 양당 후보의 외교정책에도 뚜렷한 차이가 없어 외국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그렇지만 달라질 통상 문제 등 실리적 관심에서부터, 미국 내 사형제도에 대한 비판, 초호화판으로 치러진 대선 유세 과정에 대한 비난에 이르기까지 각국은 각양각색의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유럽의 관심=유럽의 일부 언론들은 두 후보의 나토에 대한 인식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외의 관심사는 사형제도.

사형제도는 부시와 고어 모두가 지지함으로써 미국에서는 논쟁거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를 '야만적 행위'라며 반대하는 유럽에서는 계속 유지될 미국의 사형제도에 대해 상당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텍사스주 주지사로서 부시가 사형 집행을 승인한 것이 계기.

이탈리아의 한 신문은 머릿기사에서 '암살자 부시'라는 제목을 달았다. 노르웨이 일간지 다그블라데트는 지난 1일자 기사에서 부시가 '죽음의 전과'를 갖고 있다면서 집행 증가를 우려했다.

◇중국.독일 호화선거 비난=중국은 미국 대선이 '돈선거'라는 인식을 감추지 않고 있다. '차이나 비즈니스 타임스'는 지난 1일자 만평을 통해 고어와 부시를 달러를 거머쥔 손에 의해 조종되는 꼭두각시로 묘사했다.

독일도 "실속없는 호화판 미디어 선거"라고 비판하고 있다. 베를린의 한 공인회계사는 "미국의 정치제도와 선거과정 전반에 대해 환멸을 느낀다" "미국 대선은 무언극에 불과하며 유권자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은 '투명성' 주목=이곳에서는 미국 대선 관련 기사가 거의 매일 1면기사로 등장할 정도로 관심이 대단하다. 핵심은 투명한 선거. 일각에서는 자국내 부패 문제와 대비시켜 미국 대선을 투명선거의 전형이라고 주목했다.

한 운전기사(53)는 "우리도 후보간 토론 등 미국의 정치관행을 배워야 한다"면서, "후보들의 거짓말 뿐 아니라 선거 비용이 어떻게 통제되고 관리되는지도 배워야 한다"고 했다.

◇외교통상 분야의 관심들=자주 통상마찰을 빚어 온 일본에서는 이번 대선이 끝나면 미국의 '수입 제한' 조치가 강화될 것이라는 측면에서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요미우리(讀賣) 신문 사설은 자국 산업 발전을 약속한 민주당 정책에 주목, "미국 내에서 보호무역주의자 발걸음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면서 일본 산업의 위축을 우려했다.

멕시코는 대선 결과에 따라 불법이민 등 국경문제에 상당한 변화가 올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케냐 등 가난한 나라들은 미국의 이민정책이 더 강화될까 염려, 나이로비의 한 신문사 외신부장은 "미국 비자 발급이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무관심한 나라들=영국 언론은 별다른 관심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 신문의 외신부장은 "영국 사람들은 누가 승리 하느냐의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 언론들은 연일 중동 유혈사태, 신유고연방 문제, 독자들의 실생활과 직결된 국내뉴스 등에 주로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역시 자국 현안에만 관심을 기울여 파업 및 새 헌법 채택 문제 등이 주요 뉴스로 다뤄진다. 이집트 신문들의 머릿기사는 자국 총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등으로 연일 장식되고 있다. 캄보디아의 한 장교는 "미국에서 대선이 있는 줄 몰랐다"고 했다. (도쿄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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