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창가에서-수능의 계절

2천300년 전 맹자의 어머니는 맹자의 교육을 위해 세번씩이나 이사를 했다. 그전에 공자는 '배우고 때로 익히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며 학문의 즐거움을 설파했다. 몇년전 대입 수학능력 시험에서 수석을 한 지역의 한 수험생은 '공부가 가장 쉬웠다'고 이야기해 화제가 됐다. 고교 졸업후 공사판을 전전하면서 재수를 한 그로서는 공부가 제일 쉽더란다. 공부의 즐거움. 정말 그러한가.

학생 외면하는 교육공화국

우리의 사랑하는 자녀들, 학생들은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공부해라'는 이야기만 듣는다. 공부가 학생들이 해야 할 전부라고 하더라도 정말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개인마다 소질과 적성은 다를 터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공부 이외의 다른 특기나 취미, 적성에 맞춰 교육하기 위해서는 교사들부터 전문화가 필요하고 그러려면 교사부터 엄청난 연구와 투자를 해야한다"는 한 초등학교 교사의 고백은 그래서 더욱 실감난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닭장 같은 교실에 가둬놓고 '공부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공부하는 것보다도 더 쉬워 보인다. 상급학교로 진급할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노골화된다. 학생들에게 인성 교육이나 소질에 따른 적성교육, 세상 살아가는 가치와 의미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사회적 투자와 교사들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말이다. 어쩌면 학생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것은 교육당국은 물론 우리 사회가 교육을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교육은 출세의 안전판으로 전락

그러나 문제는 결국 대학이다. 그것이 출세의 안전판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의식속에는 아직도 관존(官尊)의 전근대적인 한풀이식 교육관이 잔존하고 있기 때문인가. 힘들여, 땀흘려 일하기 보다는 수월하게 폼 잡고 살아가는 것이 부러워서인가. 모두가 '사'자 직업에 매달리다보니 "비록 부모는 이런 직업을 갖고 살았지만 너희는 공부를 해서 보란듯이 떵떵거리며 사는 직업을 가져라"고 몰아세우는 것 같다. 모든 직업에 대한 나름의 존엄성이나 역할에 대한 긍지 같은 것은 없어보인다. 남들보다 쉽게 벌고 높은 자리와 중요한 결정권을 갖고 사회로부터 인정받으며 편하게 살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이 공부해서 출세하는 길이라고 내놓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화 사회, 직종에 관계없이 모든 직업의 구성원들이 모두 자기 일에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할 수 있는 사회. 직업 윤리를 바로 세우는 일이 교육 만큼이나 중요하다. 우리 자녀들에게 얼마나 잘 사느냐 보다 어떻게 값어치 있게 사느냐를 가르쳐야 한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빵만으로 살아갈 수 없음을 일깨우는 한편 꿈과 비전을 이야기하고 땀의 의미를 가르쳐야 한다. 디지털과 인터넷이 세상을 바꿔놓고 있는 지금처럼 세상이 급변한다면 앞으로 10년후, 20년후를 누가 감히 예단하랴. 그래서 더욱 살아가는 원칙의 의미는 중요하다.

어떻게 사느냐부터 가르쳐야

우리나라에는 참으로 교육전문가가 많다. 자녀 대학 보내려면 학부모마다 교육의 전문가가 돼야 한다. 전국 초.중.고 및 대학의 학생 및 학부모들, 학교와 교육기관 종사자들과 관련업계를 생각하면 이나라에서 교육과 관련해서 먹고 살고 있는 사람이 또 얼마나 될까 생각해본다. 유아원에서부터 영재교육이다 뭐다 하면서 대학입학 후에도 취직시험까지 온통 시험판이다. 이들 중에 입시 과열을 부추기고 입시 경쟁 풍토를 조장하는 부분은 없는가.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교육공화국을 실감한다.

이제 열흘 후면 대입 수능 시험일이다. 전국이 또한번 시험으로 들썩거릴 것이다. 이 날을 위해 얼마나 힘들게 준비해 왔던가. 지금 이들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땀의 의미가 귀에 먹히겠는가. 단지 전국의 수험생들이 모두 이번 시험에서 자신의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 그러면서 21세기에는 한걸음씩 앞으로 나가는 우리 교육의 발전을 기대한다.

이경우 스포츠 레저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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