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생부 작성 반전 거듭

3일 발표된 부실기업 명단이 작성되는 과정은 박빙의 승부가 연출되는 운동경기에 못잖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반전과 재반전의 연속이었다.

지난 달 말 '빅3' 가운데 하나인 동아건설이 최종부도 처리되면서 부실기업 판정에 재계와 금융계의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고 현대건설과 쌍용양회의 처리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큰 기업의 처리에 있어서 주채권은행간에 서로 봐주기식의 야합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듯이 이번 부실기업 판정, 발표도 적잖은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처리 추측 난무

이번 2차 부실기업 판정의 최대 관심사는 뭐니뭐니해도 현대건설의 처리방향이었다. 정부의 기류가 '법정관리도 불사한다'는 강경론으로 흐른 뒤에 마지막 순간까지도 조건부 회생이냐, 퇴출이냐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이같은 혼미한 상황에서 2일 정몽헌 회장이 급거 귀국하고 이날 심야에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정 회장과 회동, 모종의 타협이 있지 않았느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관련, 이 위원장은 "정부의 방침을 제대로 이해시키기 위해 만났다"며 타협, 합의설을 일축했다. 결국 현대건설은 법정관리에 들어갈 요건이 충족되면 곧바로 법정관리에 넣는 쪽으로 처리방향을 정했다.

하지만 금감위원장이 판정결과 발표 직전 채무자 대표를 만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현대자구책 철저히 배제

'왕자의 난' 이후 현대그룹이 유동성위기를 지속해 오는 과정에서 그동안 정부와 채권단이 현대에 끌려다녔다는 비난을 받아왔으나 이번에는 철저하게 현대를 무시했다.

그동안 정부와 채권단은 현대가 자구계획을 제시하면 이를 마지못해 수용하는 형식으로 문제를 처리해 왔으나 이번에는 현대의 자구계획 여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처리방향을 결정해 버렸다.

이는 현대가 정부와 채권단으로부터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막판 조건부 회생론 대두

정부는 특히 현대건설과 쌍용양회 처리를 놓고 법적인 문제에 크게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법정관리후 출자전환론이 불거지자 부도도 나지 않은 기업을 무슨 수로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제기됐고 이에 따라 조건부회생론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법정관리가 아닌 상태에서 출자전환을 하려면 본인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해 법적인 문제에 대해 철저히 검토했음을 내비쳤다. 특히 이 위원장은 취임 직후 생보사 상장건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지론을 폈다.

금융감독원의 다른 고위관계자도 "국제그룹 해체처럼 훗날 송사에 휘말릴 수 있는 소지를 만들어서는 안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노총 총력투쟁 결의대회

2차 부실기업 판정결과가 발표되는 때 금감원 정문 앞에서는 한국노총 조합원들의 시위가 있었다.

노총은 이날 오후 2시께부터 500여명의 조합원이 참가한 가운데 제2차 총력투쟁결의대회를 갖고 '노동기본권 쟁취와 기업의 일방적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노총은 현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정책으로 소득불균형과 국민의 극심한 생계불안만 가중되고 있다며 기업의 강제퇴출 반대와 △주5일근무제 쟁취 △비정규직 생존권 보호 △금융 및 공공부문 일방적 구조조정 반대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내달 8일 예정대로 총파업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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