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北-美 미사일회담 합의 불발

말레이시아의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북한과 미국간 미사일회담이 가시적인 성과없이 끝남에 따라 그동안 큰 관심을 끌었던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임기내 북한 방문이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으로 관측되고있다.

콸라룸푸르 회담의 미측 수석대표인 로버트 아인혼 국무부 비확산 담당 차관보는 3일 사흘간의 회담을 마치고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측과 미사일 계획 및 수출을 포함한 모든 문제와 "북한의 위성발사와 미사일금지 교환 구상"을 심도있게 논의했으나 중요한 문제들이 미해결 상태로 남았다고 밝혔다.

아이혼 차관보는 이어 다음 미사일 회담 일정은 결정되지 않았으며 현재의 상황에서 북한의 미사일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추진해 나갈 것인지는 워싱턴에 달려 있다고 말해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여부 등의 판단을 백악관에 맡길 것임을 시사했다.백악관은 콸라룸푸르 미사일 회담에서 북한측이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 국빈방문을 "합리화"시킬 수 있는 모종의 구실을 제공할 것인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대통령의 방북 여부를 결정할 것임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백악관의 판단 근거가 되는 미사일 회담이 "구체적이고 건설적이며 매우 실질적인" 논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한 채 끝남에 따라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할 명분이 없어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여기에 올브라이트 장관의 평양방문 이후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성급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언론의 비판적인 시각과 오는 7일의 대통령 및 의회 선거결과 등 국내 정치상황의 추이를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는 점도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이 일단 물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에 힘을 더해 주고 있다.

이와 관련,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 행정부가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을 미끼로 미사일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으나 최근의 국내 분위기 때문에 주춤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번 콸라룸푸르 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없다는 점만 놓고 보면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그러나 백악관이 이번 회담 결과를 어떻게 평가해 명분을 찾느냐와 클린턴 대통령의 정치적 결정에 따라서는 그의 임기내 방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한편 워싱턴의 일부 북-미 관계 전문가들은 이 미사일 회담이 결론없이 끝난 것과 이번 주초 베이징(北京)에서 열렸던 북-일 수교회담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 상호 연관된 것으로 보고있다.

이들 전문가는 한.미.일 3국이 북한과 관계개선을 추진하면서 한 나라가 지나치게 앞서 나가는 일이 없도록 공동보조를 맞춰나가기로 의견을 모았음을 지적, 미국이 북-일 수교협상이 진전이 없자 콸라룸푸르 회담에서 속도를 늦추기로 결정했을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측은 실제로 이번 사흘간의 회담에서 북한측에 미사일문제의 해결을 서두르지 않는다는 입장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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