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크린 리뷰-더 셀

통상 할리우드 스릴러의 '몰골'은 대동소이하다.

밀고 당기는 게임, 범인의 악마적인 캐릭터, 거기에 비해 연약한 추적자. 그러나 '더 셀(The Cell)'은 엽기적이게도(?) 감독의 독특한 색깔이 보이는 스릴러다. 감독의 이름은 타셈 싱. 인도 태생으로 나이키신발과 코카콜라 광고로 진가를 발휘한 인물이다.

이야기 구조는 할리우드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지만 영화의 전편에 흐르는 초현실적인 이미지가 눈을 놀라게 한다.

연쇄살인마가 일곱 번째 살인을 저지른다. FBI는 금발 여인의 시체를 발견한다. 폐속에 가득한 물로 봐서 익사자다. 표백제를 이용해 색깔을 완전히 뺀 여인의 시체. 사체를 부검한 끝에 단서를 찾아 범인 칼 스타거(빈센트 도노프리오)를 검거한다. 그러나 또 다른 여인이 실종된 상태에서 범인은 혼수상태에 빠진다. 실종자를 찾아야 하는 FBI는 캐서린(제니퍼 로페즈)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그녀는 타인의 꿈속에 들어가 악몽의 뿌리를 캐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캐서린은 칼의 무의식에 들어가 마지막 희생자의 소재를 찾는 임무를 맡게 된다.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꿈'은 신비주의적 이미지로 가득한 영화였다. 그러나 꿈은 늘 그렇게 잘 정돈돼 있지는 않다. 특히 연쇄살인마의 꿈은 더할 것이다.

'더 셀'에 대한 평가는 극단으로 갈린다. '불쾌하다'는 이야기들도 많다. 채썰듯 조각나는 말, 고리를 온몸에 박아놓은 모습, 철철 넘치는 피. 정신분열증 환자의 머릿속의 악몽을 영상으로 옮기다 보니 충격적인 장면은 도를 더한다.

그러나 영화 감상의 큰 미덕이 정신적 충격의 신산한 맛이라고 보면 '더 셀'은 충분히 값어치를 하는 영화다.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정지된 사진이 아니라 움직이는 영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그 자체로 즐거움이다.

특히 도입부의 이미지들은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몽환적 느낌을 그대로 옮겨왔다. 의상의 화려한 색감들과 꿈속으로 들어가는 시각효과는 일품이다. 의상은 '드라큘라'의 에이코 이시오카, 시각효과는 '양들의 침묵'의 클레이 피니가 맡았다.

다소 상투적인 이야기구조가 눈에 거슬리지만, 시각적 황홀감을 접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영화가 아닐까.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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