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영화-집으로 가는 길

'책상 서랍속의 동화'로 짙은 서정성을 보여준 장이머우(張芸謀)감독의 신작. 가난했지만 아름다운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넘치는 작품이다.

도시에서 사업을 하는 여셍(순홍레이)이 평생 시골마을 교사로 봉직하다 임종하신 아버지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고향 '집으로 가는 길'에 부모님의 아름다웠던 옛 시절을 회상하는 것이 주된 플롯이다.

여셍의 어머니 쟈오 디(장지이)는 처녀시절 동네 교사로 부임해 온 젊은 청년에게 첫눈에 반해 그가 자주 다니는 길목을 서성이는가 하면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처 사랑을 확인하기도 전에 빨간 목도리와 옷에 어울리는 빨간 머리핀을 선물로 남겨놓고 청년은 떠나게 되고, 쟈오 디는 끝없이 펼쳐진 마을 어귀 길을 서성이며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영화초반부터 중간중간 롱숏으로 잡아 스크린을 꽉 채운 초록빛 무성한 들판, 눈발이 흩날리는 언덕. 그 길은 쟈오 디에겐 연인에 대한 수줍은 첫 사랑과 존경의 깊이를 나타내는 길이다. '제2의 공리'로 불리는 장지이의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장지이는 이 영화로 올해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받았다. 1999년 작. 100분.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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