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끽다래

'가을은 술보다 차 끓이기 좋은 시절/갈가마귀 울음에 산들 여위어가고/씀바귀 마른 잎에 바람이 지나는 남쪽 11월의 긴긴 밤을 /차 끓이며 끓이며 외로움도 향기인양 마음에 젖는다'(김현승의 시 '무등차'에서).

다경실 앞에 차꽃이 피었다

차꽃은 초가을부터 겨울까지 핀다. 하얀 색에 모양새가 찔레꽃과 비슷하고 5~8개의 꽃잎이 핀다. 초의스님은 '동다송'에서 차꽃이 눈같은 하얀 꽃잎과 황금빛 꽃술이 싸락눈과 싸우고 서리에 씻기어 가을의 아름다움을 떨친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꽃에서 맑은 향기가 은은히 나고 탐스런 열매를 맺는다고 노래했다. 차나무는 꽃과 열매가 같은 시기에 피고 맺혀서 관상수로도 으뜸으로 꼽힌다.

차는 범어로 '알가'인데 시원(始源)이란 뜻이고,시원은 무착바라밀(無着波羅密)이다. 그것은 어떤 욕심에도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끽다래(喫茶來)- 차 한잔 마시러 오시오. 차 한 잔 우려서 차꽃을 가만히 띄워본다. 한 잔의 연록색 차와 어울린 차꽃의 황금빛 향기가 방안에 은은히 퍼진다. 차꽃만으로도 차를 다려 마셨다는 기록도 전해지니 11월은 향기로운 꽃차를 즐기기 좋은 때이다.

차꽃을 잔에 넣고 더운 물을 부어 우려내거나 탕관에 꽃을 넣어 은은한 불에 끓여내면 옅은 갈색의 향기로운 차가 만들어진다. 꽃차는 너무 오래 끓이지 않는 것이 요령이다. 이처럼 차꽃을 넣으면 본래의 빛깔,향기와 맛이 더욱 뛰어난다.차에 꽃을 넣을 때는 향기 있는 모든 꽃이 가능하다. 그러나 묘용(妙用)을 잃으면 향과 운치를 뺏고 차의 성품을 버려서 속되게 되고 만다.

혼자, 한적한 때 마시는 싱그러운 차는 우리를 신선이 되게 한다. '끽다래'는 오늘도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각정(적천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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