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 대선-'미국민의 선택' 이모저모

미국 대선 투표가 7일 워낙 박빙인 가운데 진행되자, "부재자 투표가 승패를 가를 것이다" "유대인 표가 더 힘세다" 등등 갖가지 이론들이 제시됐다. 또 프랑스 파리의 한 카페 모의투표 결과나 현재 부통령인 고어의 앞날에 대한 상상 등도 화제거리가 됐다.

##자정부터 유권자 참가

쭛…미국 전역에서 가장 먼저 투표하는 전통을 갖고 있는 뉴햄프셔 주 하츠 로케이션과 딕스빌 노치 마을은 7일 새벽 0시부터 투표를 시작, 부시 공화당 후보에게 첫 승리를 선사했다.

하츠 로케이션에서는 부시가 17표를 얻어 13표의 고어를 눌렀고, 1표는 제프리 피터스라는 엉뚱한 사람에게 기명 투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마을에서 80㎞ 떨어진 딕스빌 노치에서는 부시 21표, 고어 5표, 네이더 녹색당 후보 1표로 나타났다.이들 마을에서는 자정이 되면 모든 유권자가 참가, 몇분만에 투표를 끝낸다. 하츠 로케이션 마을의 이같은 전통은 주민 대부분이 철도 노동자여서 새벽 출근해야 했던 1948년부터 시작됐다. 딕스빌 노치는 1960년부터 이렇게 하고 있다.

쭛…부시 후보는 7일 오전 일찍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투표했다. 이어 한 라디오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 독려를 부탁했다. 고어는 이날 새벽까지 돌며 밤샘 유세를 계속한 뒤 테네시주 카시지에서 투표했다.

한편 미국 공화당 전국위원회 웹사이트가 투표일인 7일 해킹 당했다고 당 대변인이 밝혔다. 이 대변인은 고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메시지가 오르는 등 "사소한 해킹이 있었다"며, 메시지는 "부시를 찍는 것은 이상하고 야만적" "고어는 훌륭하고 현명한 사람"이라는 내용이었다고 확인했다.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투표

쭛…몇년만에 처음으로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투표하게 된 클린턴 대통령은 6일 밤 백악관을 떠나 뉴욕에 있는 저택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이곳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부인 힐러리 여사에게 한 표를 던졌다.

채퍼쿼 투표소를 찾은 클린턴 가족 중에서는 힐러리 여사가 먼저 투표한 뒤 클린턴이 뒤따랐으며, 딸 첼시도 동행했다. 클린턴은 부인의 당선을 위해 뉴욕주 유권자로 등록, 미 역사상 부인을 위해 지역구를 옮겨 투표하는 첫 대통령으로 기록되게 됐다.

클린턴은 그러나 그 이후의 일정은 밝히지 않아 잠시라도 정치 전면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중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됐다. 백악관 대변인은 클린턴이 투표를 마친 뒤 "언론과 차단된 채 하루를 보낼 것으로 본다"고만 말했다.

쭛…투표시간이 닥치자 리버맨(민주당)과 체니(공화당) 등 두 부통령 후보는 직접 유권자들에게 전화해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막상 전화를 받은 유권자들은 장난전화로 치부, 애를 먹었다. 그 중 리버맨은 겨우 믿게 만든 85세인 한 유권자가 "오늘을 멋지게 만들어준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자 고무돼 했다.

이런 가운데 총기 소유 허용을 주장하는 한 단체는 조지아주 애틀랜타 외곽의 일부 마을 주민들에게 "투표만 하면 엽총(1천500달러) 추첨권을 주겠다"며 투표 참가를 유도했다. 그러나 권총 단속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책임한 짓"이라고 비난했다.

##소수민족 차별 특별 관리

쭛…미 법무부는 투표일 당일 9개 주의 '말썽 투표구' 18개 카운티에 연방 참관단을 파견했다. 이는 소수민족 차별을 막기 위한 것으로, 이들 투표구에서는 과거 투표 때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 특별관리 대상이 됐다.

참관단은 앨라배마 2개 및 미시시피 1개 카운티에서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차별 여부를 감시했으며, 애리조나.미시시피.뉴멕시코.유타에서는 아메리카 원주민 차별, 뉴욕.캘리포니아 등에서는 중국계 미국인 차별, 미시간에서는 아랍계 미국인 차별, 뉴저지에서는 남미계 미국인의 차별 여부를 각각 감시했다.

쭛…미국 대선 때마다 손님을 대상으로 당선자 맞추기 행사를 해 온 프랑스 파리의 '해리스 뉴욕 바' 당선자 예측이 올해도 들어맞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술집은 1924년부터 미국 대선 전 한달 동안 당선자 맞추기 투표를 실시, 지금까지 단 한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적중했다는 것. 이 당선자 맞추기는 1911년 이 술집을 열었던 해리씨가 투표를 할 수 없었던 이곳 거주 미국인들을 위해 즉석 투표를 해 봤던 것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이 일이 유명해지자 매년 수천명의 미국 관광객들이 이 집을 찾고 있고, 헤밍웨이.핏제럴드 등도 자주 들렀었다.

올해의 모의투표 결과는 부시의 압승. 401표를 얻어 313표의 고어를 눌렀다.

##반미 감정…각종 행사 자제

쭛…대선 투표일 마다 떠들썩한 잔치를 열어 왔던 중동 거주 미국인들이 올해는 이곳에서의 반미감정 고조로 조용히 넘겼다. 바레인 주재 미대사관은 7일 저녁에 개최하려던 저녁 파티를 취소했고, 바레인 미대사관 대변인은 "안전에 관한 우려 때문에 한 술집에서 열려던 파티를 취소하고 대신 대사관 구내에서 행사를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만은 미국인들의 소란 행위를 어느 정도 용납해 오던 이스라엘 주재 미대사관도 아무 공식행사도 갖지 않기로 했으며, 4년 전엔 밤새 파티를 열었던 요르단 대사관 역시 어떤 행사도 하지 않기로 했다. 역시 4년 전 호텔을 빌려 성대한 파티를 열었던 아랍 에미리트 연합 주재 미대사관은 올해 소수 인사들만 초청한 작은 파티를 개최했다.

쭛…투표가 진행되면서, 고어 후보가 과연 "내년 1월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까, 아니면 참담하게 맞아야 할까"하는 것이 또 입방앗거리가 됐다. 1월6일 새로 구성된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당선자 최종 발표가 있고, 그 일을 상원의장 겸임자인 부통령이 해야 하기 때문.

참담한 심정으로 경쟁자를 대통령 당선자로 발표해야 했던 현직 부통령들도 몇몇 있었다. 닉슨은 1960년 대선에서 케네디에 진 뒤 이 사실을 자기 입으로 발표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 공화당 후보인 부시의 아버지는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됐음을 스스로 발표했었다.

부통령은 알파벳 순으로 선거 개표 결과를 발표한 뒤, 최종 승자의 이름을 발표하게 된다.

외신종합=국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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