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9일 "대통령은 정쟁을 중단하고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여당 총재직을 버리라"며 "국정과 민심쇄신을 위해 현 내각은 총사퇴하고 국가비상사태를 헤쳐 나갈 새 내각을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9일 오전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 총재는 "나라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며 위기 극복을 위한 과제로 "권력형 비리의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제 실시, 부정부패 방지법 제정, 외화내빈의 국정운영 중단, 지역 편중 인사 시정, 법과 제도에 근거하지 않는 1인 통치 중단"을 주장했다.
이 총재는 또 "현정부는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뒤로 미루고 임기응변의 미봉책만 남발, 경제정책과 구조조정을 실패했다"며 "구조조정은 최소 10년이상 소요되는 과제인만큼 장기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 구조조정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공적자금의 지출대상과 지출과정을 준칙화하고 투명한 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공적자금관리특별법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며 "대통령은 직접 국회에 나와 공적자금의 사용내역과 계획을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이 총재는 또 "지방경제는 시장원리에만 맡겨둘 수 없다"며 "SOC 건설사업을 앞당겨 시행함으로써 몰락의 위기에 처한 지방건설업을 지원해야 하는데도 내년도 SOC 예산이 동결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농촌경제와 관련해서도 "현 정부들어 농가빚은 42%가 증가 했는데도 내년도 농어촌 예산이 거의 동결됐다"고 비난했다.
검찰총장 탄핵소추안 발의에 대해 이 총재는 "향후 집권하더라도 검찰을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권력과 결탁한 정치검사로부터 정의롭고 양심적인 검사들의 손에 검찰을 되돌려 주는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어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해서는 북한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뒤 "과도한 대북지원으로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영관기자 seo123@imaeil.com
'총체적 위기' 현정권 맹공
-이회창 총재 대표연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9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현 국가상황을 경제난에서 비롯된 총체적인 위기라고 규정하고 분야별로 진단한 뒤 현 정권의 실정을 원색적인 용어를 동원, 맹공을 퍼붓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나아가 정책적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수권 정당으로서의 이미지 제고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총재는 경제난과 관련, "금융 시장은 올들어 무정부 상태로 방치되고 있으며 지방의 경우 더욱 피폐해지고 서민들 가계는 얼어붙고 있다"며 "김대중 정권은 외환 위기를 국가 위기로, 국지적 위기를 총체적인 위기로 만들었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같은 맥락에서 총체적 위기의 원인을 대국민 신뢰상실, 대통령 1인 통치, 지역 편중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즉 대형 금융비리가 터지는데도 이 정부의 핵심 관계자들중 누구도 책임지거나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 등을 지적하면서 "신뢰를 상실한 정권은 독재정권보다도 더 위험하다"고 성토한 것이다.
또한 현 정권의 개혁정책을 "쇼"라고 폄하한 뒤 맹목적인 충성심밖에 없는 무자격자들의 초보운전에 비유하면서 "더욱 심각한 것은 이같은 충성심을 지역 연고에 의존하는 바람에 각종 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공격했다.
또한 의약분업 사태와 교육개혁에 대해서도 한건주의식 밀어붙이기로 하다가 국민의 불신과 분노만 사고 있다는 등의 문제점을 부각시켰다.
지방경제의 경우 특단의 장단기 대책, 특히 SOC분야의 민자유치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 등을 촉구했다.
이 총재는 궁극적으론 "기본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국가 대혁신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를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남북한 관계개선 문제에 대해서도 현 정권의 정책을 "아무 원칙도 없이 일방적으로 북한에 끌려다니는 꼴"이라고 비난하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가 최우선돼야 한다는 당론을 거듭 부각시켰다.
이 총재는 마지막으로 현 정권을 대형 비리가 잇따라 터지는 '부패공화국'이라며 깨끗한 정부, 법질서를 회복시키는 정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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