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대선-고어진영

고어 민주당 후보의 당선축하 행사가 열릴 예정이던 테네시주 내슈빌 한복판 워 메모리얼 광장에는 한국시간 8일 밤(현지시간 새벽) 허탈과 분노.안도감이 순간 마다 교차했다.

선거본부가 마련한 '선거의 밤' 행사에 초저녁부터 모여 들었던 5천여명의 지지자들은 현지시간 새벽 3시30분쯤 새 대통령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약간의 안도감을 안고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이날 새벽 1시18분쯤 플로리다주 선거인단을 차지하기 위한 숨막히는 접전 끝에 부시가 CNN을 비롯한 주요 방송들에 의해 "제43대 대통령"으로 선언되는 순간, 고어 지지자들의 입에서는 일제히 "오, 노!"라는 탄성이 흘러 나왔다. 허탈감에 빠진 지지자들은 굵어지는 빗줄기에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자리를 뜨지 못했다.

선거본부 측은 특설무대 한 켠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부시의 당선이 발표되는 순간 스크린의 화면을 급히 끄고, 분위기를 돋우기 위한 공연음악의 볼륨을 높였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내리는 빗줄기보다 더 차갑게 냉각됐다.

고어가 나타나길 기다리며 자리를 뜨지 못하던 지지자들의 분위기는 그러나 고어 대신 "부시의 승리가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절망감은 새로운 희망으로 대체되고, 곳곳에서 '재개표'를 연호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고어가 나타나 낙선의 변을 밝히려던 계획은 "플로리다의 공식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선거전은 계속될 것"이란 윌리엄 데일리 선거대책 본부장의 성명으로 대체되고, 지지자들은 안도의 환호성을 올렸다.

고어는 패배를 인정하기 위해 무대 뒤편까지 왔다가 참모들과 한참 숙의한 끝에 호텔로 되돌아 갔으며, 핵심 참모들과 30여분에 걸쳐 회의를 가진 뒤 잠자리에 든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의 밤 행사에 참석했던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날 밤 일어난 일에 대해, "정말 믿을 수 없다" "힘든 밤이었다" "무책임한 보도를 한 방송사를 규탄한다" 등등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행사장을 빠져 나갔다.

더우기 관심이 플로리다로 집중된 뒤 이곳 고어 진영은 파장 분위기로 들어갔다. 지지자들이 모였던 광장에는 당선축하 행사용 대형무대를 철거하는 인부들만 바쁘게 움직였다. 그 건너편 쉐라톤 호텔에서는 전국에서 몰려 들었던 민주당 관계자들이 하나 둘 짐을 챙겨 떠나고 있으며, 2층 프레스센터도 한산해졌다.

광장에서 차로 15분 가량 떨어져 있는 선거본부에는 여전히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진영에서는 재검표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워런 크리스토퍼 전 국무장관과 1급 법률전문가를 플로리다 재검표 현장에 파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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