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대선 20000-개표서 재검표까지

이번 미국 대선 결과 출구조사 및 개표에서는 플로리다가 단연 선거의 분수령으로 작용했다. 여기서의 결과가 전체 선거 결과를 좌우했을 뿐 아니라, 너무나도 치열한 접전으로 표 차가 겨우 몇천 혹은 몇백표를 오락가락, 관계자들의 피를 마르게 했다. 겨우 1만분의 2 승부가 펼쳐진 것.

이때문에 결국 선거결과 확정이 보류됐으며, 내로라하는 미국 방송사들이 엄청난 출구조사 실수를 저지르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혼란의 시작=플로리다는 선거인단이 25명이나 되는데도 경합이 치열해 당초부터 이번 선거 판세를 좌우할 경합주 중 하나로 주목받아 왔다. 부시의 동생이 주지사로 있어 유권자 성향상 공화당에 유리할 수도 있는 반면, 여론조사에서는 오차범위 이내이긴 했지만 줄곧 고어가 우위를 지켜 온 것도 묘미를 더했다.

플로리다에서의 투표는 한국시간 8일 오전 9시에 끝났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어쩐지 함께 실시한 상원의원 선거 출구조사 결과는 "민주당 승리"로 곧바로 전하면서도, 대통령 선거 결과 발표는 미뤘다. 차이가 워낙 미세해 확신이 서지 않은 때문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오전 9시50분쯤에 드디어 '고어 승리'라는 결과가 방송됐고, 생각과 달리 지지율 차이도 거의 2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은 물론 ABC.NBC 등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방송의 생중계를 통해 미국 개표 상황을 파악하던 세계 언론들은 곧바로 이 소식을 독자.시청자들에게 전했다. 플로리다의 승리는 곧바로 전체 선거에서의 고어 승리를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표 취소 소동=이 방송을 본 부시 후보는 대단히 흥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함께 TV로 투표 결과를 지켜 보기로 했다가 이 소식을 듣고는 취소, 곧장 주지사 관저로 돌아가 버렸다. 반면 고어 진영은 승리를 확신하며 환호에 들떴다.

관저로 돌아 간 부시는 기자들에게 "플로리다에서 지다니 전혀 믿을 수 없다"고 말했으며, 그의 참모들은 방송사로 강력히 항의했다.

이렇게 항의를 받자 방송사들은 11시30분쯤 앞서 했던 출구조사 결과를 스스로 취소해 버렸다. 이때문에 그때까지 192대 185로 앞서가던 고어의 선거인단 확보 숫자가 갑자기 167대 185로 바뀌면서 우열이 역전돼 버렸다. 앞선 발표를 믿고 보도했던 세계 언론들이 덩달아 낭패를 본 것은 당연한 일. CNN을 통해 취재하던 매일신문도 마찬가지 상황에 처했다.

CBS방송은 "빈약한 데이터 때문"이라고 해명했고, CNN은 성급한 추정을 인정했다. CNN방송은 한국시간 8일 오후 3시40분쯤 "50% 대 49%로 부시가 우세하다"고 출구조사를 정정해 방송했다.

◇피말리는 접전=출구조사 발표 취소 후 CNN은 대신 실제 개표결과 집계 방송에 매달렸다. 이렇게 해서 플로리다와 오레곤.위스콘신.아이오와 등 4개 경합 및 결과 예단 불가 주를 제외한 전세는 선거인단수 246대 242로 부시가 우세하게 됐다.이것은 플로리다가 모든 걸 좌우하는 상황. 다른 3개주를 다 합쳐도 선거인단 수가 플로리다와 같은 25명밖에 안됐기 때문이다. 부시는 플로리다만 이기면 승자로 완전히 굳어지지만 고어는 플로리다를 이긴다 하더라도 또 한 주를 이겨야 승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 이후엔 세계의 눈이 실황 중계되는 플로리다주 투표 집계에 집중됐다. 이 당시 불과 50여만표 개표만 남긴 상황에서 전세는 약 10만표 차이로 부시가 앞서고 있었다. 또 이 표차는 갈수록 좁아져 2만표 대까지로 줄기도 해, 막판 역전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한국시간 오후 4시20분쯤 드디어 플로리다에서의 승자는 부시라고 방송들이 판정했다. 98% 개표에 부시가 280만여표로 275만5천여표의 고어를 5만여표 차이로 따돌린 것이다. 플로리다 유권자는 870여만명, 투표자는 580여만명이었다.◇확정 보류 선언, 방송들 다시 정정=그러나 그 후 계속된 개표 상황은 또다른 이변을 예고, 최종 표 차이가 900여표로까지 줄어들었다.

개표가 99% 진행된 한국시간 오후 5시40분 쯤 6천여 표 차이로 줄더니, 6시10분에는 5천여표가 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시가 1천800여표 앞섰고, 이에 CNN은 '고어 승리 확정'이라던 보도를 취소하고 '경합지역'이라고 또 정정했다.

개표가 100% 완료된 오후 8시쯤의 표 차이는 290만5천390표 대 290만4천403표로 224표에 그쳤다. 1만분의 2 차이에 머문 것.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부시에게 축하 전화를 했던 고어는 곧바로 이를 취소하고 재검표를 요구했다. 플로리다 주 당국도 표 차이가 0.5% 이하이면 자동적으로 재검표를 해야 한다며, 한국시간 9일 새벽 재검표에 들어갔다. 법무장관은 "컴퓨터를 통해 개표돼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수의 부재자 투표 개표도 아직 남아 있어, 플로리다의 대선은 이들에 대한 집계가 완료될 때까지 계속되는 상태가 됐다.

한편 개표 결과 고어와 지지가 겹치는 네이더 녹색당 후보가 2%(9만3천여표)를 잠식한 것으로 집계됐고, 총 유권자 중에선 히스패닉계가 12%(쿠바계 8%), 유대인이 8.2%에 달하는 특징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접전이 치열하자 이곳에서는 투표율이 예상 외로 높아져, 등록 유권자의 약 80%에 가까웠던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판단했다.

플로리다에서는 여론조사 결과로는 늘 고어가 조금 앞서 나왔으나, 지난 20년간 클린턴(1996년 선거)을 제외하고는 늘 공화당 후보를 지지해 왔다. 또 현 주지사가 부시의 동생이다.

외신종합=박종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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