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대 서산농장 매각 배경·전망

현대건설 사태가 서산농장 처리의 매듭이 풀리면서 해결국면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정부산하 한국토지공사를 '연결고리'로 금융권이 현대건설의 단기유동성 지원에 나서는 해법이 대두된 것이다. 이는 정부가 자구책의 핵심대목인 서산농장 문제를 풀어줌으로써 현대건설을 독자생존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정부로서는 최근 동아건설·대우자동차 부도여파가 경제불안 심리를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건설까지 '퇴출'될 경우 경제기반이 뒤흔들릴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갖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채권단도 신규자금 지원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현대로서는 벼랑끝에서 '기사회생'할 수 있게 됐지만 좀더 근본적인 자구안제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아직까지 높다.

◇'토공 위탁매매 카드' 어떻게 나왔나=서산농장 매각은 현단계 자구의 '최후의 보루'였다. 계열·친족기업 지원이 물건너간 상황에서 단기 부족자금을 메우려면 서산농장을 제값에, 그리고 조기에 파는 방법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현대는 직접 일반매각이라는 '원시적 방법'을 동원했지만 역시 한계였다. 절차상 시일이 오래 걸려 당장 돈이 되지 않을 뿐더러, 매각경험이 부족하고 법률적 하자 여부도 불안했기 때문이다. 또 서산농장을 담보로 맡겨 대출받는 방안도 금융권의 난색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토공 위탁매매는 이같은 딜레마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묘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현대는 '땅 장사'에 정통한 토공에 매매를 대행시키고, 주택은행은 토공을 믿고 서산농장 담보대가로 현대건설에 자금을 지원하는 일종의 '브리지 론'인 셈이다. 정부산하 공사의 매매대행으로 농지법상 위법소지도 크게 줄어들 수 있게 됐다.

사실 이 카드는 정부의 '의지'에서 나온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토공-현대건설 입장차 곧 해결 전망=서산농장 매각방안을 둘러싸고 토공과 현대건설간의 입장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매각주체는 어디까지나 현대건설이고 토지공사는 '대행'에 불과하지만 토공이 금융권 대출을 끌어올 직접 당사자라는 점에서 '칼자루'는 오히려 토공쪽에 있다는 분석이다. 토공측이 이의를 제기하는 점은 현대가 제시한 서산농장 가치가 너무 높다는 것. 조성비를 감안할 때 적어도 공시지가인 3천621억원 수준으로 값을 매겨야 한다는게 현대의 입장인 반면 토공측은 시세로 볼 때 턱없이 비싸다는 것이다. 현대는 이에따라 금융권 대출규모를 최소 3천억원선으로 보고 있으나 토공은 선수금을 포함하더라도 2천억원대면 충분하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토공은 특히 지난해 동아건설 김포매립지는 공시지가의 66%에 매입한 전례를 거론하고 있다. 양측의 이견으로 13일 토공 이사회는 매매가격과 방식을 재협의키로 결정했다.

◇향후 전망=서산농장 문제가 조기해결된다면 현대건설은 당장 숨을 돌릴 수 있다. 금융권이 서산농장 매각을 담보로 최소 2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당장의 유동성 자금이 확보되고, 연말시한까지 실효성이 떨어지는 자구미이행분 4천억원의 대부분을 실천에 옮기는 효과를 거두기 때문이다. 현대는 나아가 14일 또는15일께 서산농장 매각외에 △정몽헌(MH)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사재출자 △건설보유 주식 및 부동산 매각을 통해 3천억원 이상의 자구계획안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자구안 발표라는 형식을 통해 시장의 불안을 완전히 씻어내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현대건설의 구조적 부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 차원의 획기적인 자구계획안제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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