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졸자들 "일자리가 없다','막일거리라도...' 하루살이 인생

이달 중순부터 대구 북구청에서 실시하는 동절기 공공근로사업에 신청서를 낸 김모(33·북구 복현동)씨. 경북대를 졸업한 그는 몇달전만해도 큰 건설업체에 근무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했었다.

회사 부도로 직장을 잃은 뒤에도 한동안 자존심 때문에 막일만은 망설였다. 하지만 호된 불황의 그늘속에 다른 일자리도 없고 가족들의 겨울나기도 막막해 결국은 일당 2만4천원의 환경정비 공공근로를 택했다.

내년 2월 대학졸업 예정자인 박모(24·여·대구 북구 고성동)씨. 석달전부터 대기업은 물론 지역 중소기업에까지 수십차례 취업원서를 냈지만 모조리 퇴짜를 당했다. 기업퇴출로 일자리 구하기가 바늘구멍인데 여자의 취업문은 더더구나 닫혀 있었다.

그도 도리없이 일당 2만2천원의 행정사무보조라는 공공근로 신청을 결심했다. 이른바 화이트칼라들이 또다시 하루살이 인생으로 전락하고 있다.

더욱이 화이트칼라를 꿈꿔온 대졸 취업준비생들은 '괜찮은 직장'한번 다녀보지 못한채 인력시장이나 공공근로사업에서 사회의 첫 발을 내딛는 처지다.

대구시 서구 중부고용안전센터에 따르면 올해 구직자 3천 500명중 14.3%인 500명이 전문대졸 이상이며, 이들중 80%는 구청에서 2주간 공공근로를, 나머지는 일반회사 일용직 및 길거리 도우미 등으로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구청의 경우 4단계(10~12월)공공근로사업 신청자 1160명중 11.5%인 133명이 전문대졸 이상이며 이중 절반 정도는 대학졸업예정자다. 또 화이트칼라 및 예비 화이트칼라들이 건설현장이나 공장의 막일을 위해 인력시장으로 나오는 경우도 적잖다.

북구 노원동 일일취업센터의 경우 제조업체나 건설현장 막일을 원하는 신규 구직자가 하루평균 20~30명이며, 이중 상당수는 전직 사무직, 건설현장기사, 대학졸업예정자 및 졸업자 등이다. 하지만 구인을 원하는 업체 부족으로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은 드문 형편이다.

수성구 중동의 건설일용직근로자 무료취업센터에도 예전에 없던 전직 회사원, 대학졸업자 등의 일자리 문의가 새로 등장했고, 대구인력은행의 경우 최근 정규직 구직자 10여명이 정규직이 없자 막일거리라도 구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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