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플로리다 주정부, "재검표 연장 거부",고어측 반발, 미대선 혼란 새국면

미국 연방 지방법원이 플로리다 주의 수작업 재검표 금지를 요청해 부시 후보측이 낸 청원을 기각했다. 이는 수작업 재검표가 계속될 것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플로리다 주정부는 한국시간 15일 오전 7시(현지시간 14일 오후 5시)까지로 돼 있는 개표결과 보고 시한을 지키지 않은 카운티(郡)는 그 개표 결과를 무효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따라 수작업 재개표를 둘러싼 마찰이 심각한 갈등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수작업 금지 요청 기각 = 미국 연방 지법은 한국시간 13일 밤 11시30분(현지시간 오전 9시30분) 시작된 심리 결과, 카운티 별로 진행되고 있는 수작업에 의한 재검표를 중단시켜 달라고 요청한 부시측의 신청을 기각했다. 이는 플로리다주 선거인단 장악을 둘러싸고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고어 후보에게 첫번째 승리를 안겨준 것으로 평가됐다.

이날 마이애미 연방지법의 도널드 미들브룩스 판사는 민주당측 요청으로 플로리다 주 내 일부 카운티에서 진행되고 있고 다른 일부에서도 계획 중인 수작업에 의한 재검표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라고 보이며, 연방법원이 개입할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다.

수작업에 의한 재검표가 헌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이를 중단 시켜야 한다는 부시 진영의 주장을 심리한 후 판사는 "연방 법원은 매우 제한적인 역할을 지닌다. 따라서 개입해서는 안된다"면서 기각했다. 공화당측은 항소할지 여부를 조속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투표가 끝난지 거의 1주일째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대통령 선거에 또 하나의 획을 긋는 것이다. 이 판결로 플로리다 주의 수작업에 의한 재검표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으로 보인다.

◇플로리다 주의 개표 종료 계획 = 법원의 이 판결은 플로리다주의 최고위 선거관리인 캐서린 해리스 주 국무장관이 성명을 통해 "대통령 선거 개표작업을 14일 오후 5시(한국시간 15일 오전 7시)에 마감하고, 해외 부재자 투표에 대한 개표를 완료한 뒤 오는 18일 승자를 발표하겠다"고 밝힌 직후 나왔다.

해리스 국무장관은 13일 "관련 법에 따라 14일 오후 5시까지 모든 카운티는 개표와 재검표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면서, "마감 시한까지 개표 결과가 통보되지 않은 카운티의 선거 결과는 주 전체 선거결과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관은 또 "해외 부재자 투표에 대한 개표도 18일 아침까지는 모두 끝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따라 "법원의 개입이 없다면 플로리다주 전체 개표 결과도 18일 오후에는 공식 발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 선관 위원인 밥 크로퍼드 주 농무장관도 이날 NBC방송에 출연, "만약 시한 연장 요구가 있다면 고려해 볼 수도 있지만, 법의 테두리 밖에서 이를 고려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해, 법정시한 연장 가능성이 희박함을 시사했다.

현재 수작업을 통해 재검표 작업을 벌이고 있는 일부 카운티는 개표 결과 통보 시한인 14일 오후 5시까지 재검표를 끝내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현재 플로리다에서는 부시가 300여표 앞선 상황에서 몇몇 카운티에서 수작업을 통한 재검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주 정부측의 발표가 나오자 고어 진영은 강력히 반발했다. 리버맨 부통령 후보는 "현재 진행 중인 수작업 재개표에 상관 없이 선거 결과를 확정한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며, "재개표 중단은 다른 소송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고어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전 국무장관도 "해리스 국무장관이 부시의 오랜 지지자여서 그런 결정을 한 것 같다"고 비난했다. 또 "의심 받을 수 밖에 없는 이번 행동은 조만간 법원에 의해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따라 민주당측인 개표참관위는 주 법원에 "필요할 경우 캐서린 국무장관이 정한 시한 이후에도 수작업 개표를 계속하도록 허용해 줄 것"을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박종봉기자 paxkorea@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