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도박 습성

문헌상으로 우리나라의 도박에 관한 첫기록은 삼국사기에 나온다. 백제본기(百濟本紀) 개로왕 21년조. 내기 장기와 바둑에 미치면 나라를 망치고 개인적으로는 집안도 망친다는 기록이라고 한다. 백제 개로왕이 고구려에서 온 지금으로 치면 간첩인 승려 도림과 밤낮없이 바둑판에 눌러 않아 국사를 팽개친 사실을 적시한 것이다. 끝내 나라를 망치게한 원인제공이라는 역사기록은 유별난 한국인들의 도박습성이 그때 이미 조성돼 있었다는 증명이 아닌가 싶다. 이런 부정적인 시각은 여러나라 속담에도 나타난다. '노름은 탐욕의 아들이요, 절망의 아버지다'. '노름꾼의 지갑에는 자물쇠가 없다'는게 프랑스 속담이고 '젊은 노름꾼은 늙어서 거지'. '노름은 악마의 일과(日課)'는 독일속담이다. '계속 노름을 하면 신까지도 지게 마련이다'는 것은 중국의 격언. 끝내 이길수가 없다는 노름속성의 해부다. 도박은 탐욕의 자식이지만 또한 낭비의 양친이기도 하다는 말도 있다. 지난달 28일 개장한 강원도 정선 카지노장에 매일 3천여명이 몰리고 하루 매출액이 20억원은 넘어서 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헬기까지 타고 '대박'을 향해 이동하는, 영화에서만 본 장면이 서울에서 재현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왕복 요금이 60만원 이지만 예약이 밀려 웃돈까지 챙겨주는 형편이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도박성향이 어느 정도 인지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인간은 누구나 도박심리를 가지고는 있다.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는 '인생에 있어서 참된 매력은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도박의 매력이다'라고 하기는 했으되 그게 어디 매력으로만 수용 할 수 있을 것인가. 판돈이 수백만원으로 커지고 중독단계에 이르면 문제가 다르다. 하룻밤새 수천만원을 날리고 가정과 직장 등 만사를 제치면 가정살림이나 정신의 파탄이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허황된 심사가 국민들의 근로정신을 해치고 산업자금에 들어가야할 돈이 도박에 흘러든다면 참으로 큰일이 아닌가. 역기능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최종진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