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약간의 스트레스는 세상살이 조미료"

자극을 받게 되면 정신이 번쩍 든다. 전신에 긴장감이 돌며 심장 박동과 호흡이 빨라진다. 입이 바짝 바짝 타고 머리카락이 솟구치는 등, 몸과 마음이 흥분된다. 왜 이런 반응이 일어날까?

◇건강에도 스트레스는 필요

우리 몸은 주변 환경의 변화에 관계 없이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다. 이것을 항상성(homeostasis)이라 부른다. 스트레스는 우리 몸이 내외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즉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신체적 정신적 반응이다.

따라서 스트레스라 해서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와 자극은 건강과 활동에 꼭 필요한 것이다. 전혀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는 죽은 것과 마찬가지다. 스트레스가 없으면 지루하게 되고 건강에 나쁘다는 것이 밝혀져 있다.다만 정도가 문제. 스트레스가 한도를 넘게 되면 몸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이다.

◇매일 호랑이와 마주치는 현대인

그렇다면 현대인은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있는 것일까?

월터 캐넌은 석기시대 때 인간이 생명에 위험을 느낄 경우 반응하던 '투쟁-도피 반응'(Fight or Flight)에 스트레스의 기원이 있다고 설명한다. 원시인이 호랑이를 만나면 호랑이와 맞서 싸울지 도망갈지 결정해야 한다. 긴장의 순간이 온 것.이 순간 뇌의 자율신경계가 스트레스 호르몬을 혈액으로 배출한다. 그러면 맥박수와 혈압을 올라가고 호흡이 빨라지며 근육의 긴장이 높아져,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싸우거나 도망갈 준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인이 겪는 스트레스는 원시인들의 상황과는 물론 다르다. 대신 배우자의 죽음, 직장 상사와의 갈등, 동료와의 다툼, 교통혼잡 등이 주로 부닥치는 스트레스 상황이다. 그러나 유발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투쟁-도피 반응'으로 꼭같다.말하자면 현대인은 하루에도 몇번씩 호랑이와 마주치며 살고 있는 셈. 더욱이 현대에는 스트레스 요인이 더 많아 '스트레스의 시대'라고까지 불린다.

◇무서운 건강 장수의 적

스트레스 때 신경과 내분비계가 적절히 기능하기 위해서는 비타민C와 B를 필요로 한다. 스트레스 때문에 분비되는 부신 호르몬 생산에 쓰이기 때문. 그러니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비타민을 고갈시켜, 세포를 늙게 하는 유해산소의 공격에 우리 몸을 무방비 상태로 노출시킨다.

스트레스가 있으면 처음에는 면역이 강화된다. 그러나 지속되면 면역이 떨어진다. 반복적인 스트레스는 부신피질 호르몬에 영향을 줘 항체 생산을 감소시킨다. 또 혈구·세포·항체를 만들 단백질이 부족하게 된다.

이런 기전 때문에 스트레스로 면역이 떨어지면 감기나 면역력과 관계 있는 암이 생기기 쉬운 것이다.

◇만병을 부르는 스트레스

스트레스는 당뇨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간에 저장돼 있던 당을 배출시키는 반면에 아드레날린 분비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아드레날린은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한다. 인슐린이 없으면 혈중의 당을 제거하기 어렵다.

이런 반응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달리기 및 싸움 등 육체적 운동에는 필요하다. 그러나 현대인에게 요구되는 것은 육체적 반응이 드물고, 심리적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 결과 계속되는 스트레스가 혈당을 상승시켜 당뇨병을 유발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스트레스 반응은 심장이 빨리 뛰고 혈압이 올라가도록 해, 고혈압을 부른다. 위장의 움직임을 느리게 해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소화불량을 유발한다. 과도한 신체·정신 긴장으로 요통과 두통을 유발한다.

직업적인 스트레스는 심장질환이나 심장마비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이다.

◇스트레스를 즐기자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스트레스를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피할 수 있는 스트레스는 피하라. 수면부족, 과로,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정신적 스트레스 등은 노력하기에 따라 예방하고 피할 수 있다.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는 친구처럼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라. 스트레스는 주관적이고 개인적이다. 자신에게 스트레스라고 판단할 때 스트레스가 생긴다. 그러니 "이런 스트레스도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사나?" 혹은 "이런 정도 스트레스는 세상 사는 조미료"라는 긍정적 자세를 갖도록 하자.

최대 적인 스트레스를 잘 달래고 조절해 건강장수에 도움 주는 친구로 만드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

〈계명의대 가정의학과 dhkim@dsm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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