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부부란?

부부란 무엇일까. 멀고도 가까운 사이! 아니면 전생의 악연이 만나 그 인연의 매듭을 푸는 사이! 이렇게 단순명료하다면야 너무 싱겁지 않은가. 이십여년 혹은 삼십여년 이상을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타인이, 아무런 잡음없이 섞여든다는 것은 기적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런 타인들이 평생을 같이 산다는 것. 나날이 이혼률이 높아져간다고 일부에서는 걱정들을 많이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부부들은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하고들 산다.

그러나 갈등은 깊숙이 숨어서 오랜 시간 동안 두 사람의 관계를 갉아먹는다. 황혼이혼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다 늙어 무슨 이혼이냐고 사람들은 수군덕댄다. 이제 등 긁어주면서 서로 위해주고 살아야지 무슨 이혼이냐고. 그러나 모르는 소리. 남편의 외도와 구타를 평생동안 참아낸 아내의 입장이 돼 보지 않고서는 아무도, 그 누구도 모른다. 일평생을 그렇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결혼 13년째에 접어드는 내가 알 것인가, 부부관계를. 어떤 때는 마치 조각난 거울처럼 잘 맞아들어가다가 또 어떤 때는 이상한 이물질이 낀듯 까슬까슬거리는 이상하고 미묘한 관계를. 나는 모른다. 결혼한지 오십여년이 다 돼가는 친정어머니와 아버지의 그 기이한 불협화음을, 어머니가 왜 참아내며 사시는 지를. 경찰공무원 40여년에, 객지 생활 50여년인 아버지는 지금도 매사가 칼같이 분명하고 빈틈없으시다. 그에 비해 어머니는 사람만나기를 좋아하고 느긋한 분이시다. 나는 친정부모님을 부부관계의 모델로 생각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나는 세상의 사람들 만큼이나 부부관계의 색깔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몇 년 전 강원도 여행길에 만난 노부부가 가끔 생각난다.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 멀리 서울에서 여행을 온듯 서울말씨를 쓰던 노부부는 손을 잡고 있었다. 아주 다정하고 행복해 보였다. 그러나 누가 알랴. 이들도 나와 같은 서걱거림이 있었다는 것을. 어느날 아침, 조기 두 마리를 굽다가 서로 등을 맞대고 누운 모습이 가슴을 아리게해 서로 마주보게 뒤집은 적이 있었다는 것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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