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립성 지킨 여성은 마녀인가

로댕의 연인이자 조각가였던 까미유 끌로델은 여성에 대한 비뚤어진 시각에 의해 자신의 예술세계를 제대로 펼치지 못한 채 정신병원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한국의 근대서양화가 나혜석도 결혼과 이혼에 대한 당시 사회적 기준을 어겨 어두운 삶을 살았다. 지나간 시대의 주목받았던 여성들 중 상당수는 남성 중심의 사회구조에서 벗어나는 말과 행동을 함으로써 불행했고 평범한 여성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심리학자이자 페미니스트인 필리스 체슬러는 '여성 해방'의 물결이 한창이던 지난 1972년 흘러간 역사에서 성적.지적 독립성을 지키려는 여성들이 마녀, 악녀라는 굴레를 뒤집어썼다는 것을 느꼈다. 오늘날에는 그러한 여성들에 대해 히스테리,우울증 등 정신질환자로 취급하거나 정신질환자로 만드는 현실인 것을 보고 분노했다. 그녀는 즉시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구조가 여성을 정신질환자로 몰아가거나 만든다는 내용의 '여성과 광기'(임옥희 옮김, 여성신문사 펴냄, 528쪽, 2만원)를 썼고 이 책은 큰 논란을 빚는다. 책의 내용이 신경증적이고 히스테리컬하다는 비난을 불러일으켰지만 그녀는 남성 심리학자들조차 여성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여성을 억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책에서 체슬러는 정신병원에서 보낸 네 여성들의 생애와 그녀들의 정신병적인 병력을 통해 여성들이 어떤 이유로 폄하되고 혐오스런 존재가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정신병원이나 개별치료 모두 의사 대 환자라는 관점보다는 가정에서의 여성의 위치와 경험이 그대로 반복되는 선상에서 이뤄져 비과학적이라고 주장한다. 또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거나 외래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 중 소수만이 미쳤을 뿐, 대다수는 단지 그냥 불행하다는 것을 밝힌다. 이어서 그녀는 남성집단, 여성집단으로 나뉘어 억압을 강요하는 사회가 구분이 없는 집단화를 통해 개인적 자유와 안정, 성취와 사랑에 대한 여성들의 깊은 갈망을 이해하는 형태로 바뀔 것을 희망한다.

28년전에 씌어진 이 책은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250만부 이상 팔려 나갔다. 당시에 비해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70년대 초의 여성에 비해 2000년의 여성이 '삶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많이 진전된 현실에 살고 있지만 여성 문제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