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일단 무산 검찰 표정

검찰은 17일 한나라당이 발의한 박순용(朴舜用) 검찰총장과 신승남(愼承男) 대검차장에 대한 탄핵안 표결이 여당의 저지로 무산되자 안도와 긴장감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박 총장과 신 차장은 이날 오후 7시와 6시20분께 각각 퇴근했지만 서울 서초동대검 청사는 자정 넘어까지 대부분의 간부와 검사들이 사무실을 지켜 불야성을 이뤘다.

퇴근후 곧바로 귀가한 박 총장 등은 자택에서 대정부 질의가 끝나 정회에 들어간 밤 11시께부터 1시간여동안 피말리는 심정으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회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았다.

박 총장은 여당의 반대로 자정까지 표결이 이뤄지지 않아 탄핵안이 자동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소식에 "참으로 긴 하루였다"며 가슴을 쓸어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재(李明載) 서울고검장, 김각영(金珏泳) 서울지검장 등 서울고·지검 간부들과 공안부 검사들은 이날 밤 늦게까지 남아 국회 상황을 챙기다 자정까지 표결이 이뤄지지 않아 탄핵안이 자동폐기될 것으로 기대했다 18일 표결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자 긴장감을 떨쳐 내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일선 검사들은 탄핵안 처리가 무산되기를 기대하며 "탄핵공방으로 검찰이 너무 많은 상처를 입었다. 이제는 흐트러진 조직을 다잡는 데 모두가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검찰이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않았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한 것 같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법적·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검사는 "국민의 개혁 요구를 외면한다면 이런 위기가 다시 오지 말란 법도 없을 것"이라며 수뇌부에 적극적인 개혁의지를 주문했다.

대검의 한 검사는 이날 '냉·온탕'을 오간 검찰내 분위기를 전하면서 "검찰이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정치권의 부당한 공세에는 수뇌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검 청사는 이날 자정이 가까워 오면서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특히 캐스팅 보트를 쥔 자민련의 일부 의원들이 표결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는 등 국회상황이 혼미를 거듭하자 검사들은 손에 땀을 쥐기도 했다.

국회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이범관(李範觀) 대검 공안부장과 충남 출신인 유창종(柳昌宗) 강력부장은 이날 오후 국회로 가 자유투표를 주장한 자민련 강경파 의원들을 접촉하며 탄핵의 부당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간부들도 개별적으로 친분이 있는 의원들에게 "탄핵안이 가결되면 국가적으로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며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