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회 대정부 질문 결산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금년 정기국회 대정부 질문이 17일 사회·문화분야를 끝으로 사실상 일정을 마감했다.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 의원의 '2중대' 발언 파문으로 중단된 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질문이 오는 20일 속개될 예정이지만 17일 검찰수뇌부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 무산에 한나라당이 강력 반발, 향후 의사일정에 차질이 예상되면서 실시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이번 대정부질문은 16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열린 정기국회 대정부 질문인데다 공적자금, 금융·기업 구조조정, 실업대책, 남북관계 등 산적한 국정현안을 다뤘다는 점에서 정치권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여야 의원들은 역대 어느 국회 때보다 높은 출석률을 기록하면서 정부 정책의 '허와 실'을 의욕적으로 파헤치고, 각종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등 과거 국회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야가 4·13 총선 선거사범 수사와 대북정책 등 일부 정치쟁점을 둘러싸고 본회의장을 '정치선전장'으로 이용함으로써 이번 대정부질문도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기대에는 못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극단적 발언과 파행

지난 14일 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 질문 도중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이 민주당을 북한 노동당의 '2중대'로 매도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국회는 35시간 가량 파행을 겪었다.

16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이었던 지난 7월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 권오을(權五乙) 의원의 '청와대 친북세력' 발언 등을 놓고 2차례나 파행을 겪었던 구태(舊態)가 어김없이 재연된 것이다.

김 의원은 14일 오전 4번째 질문자로 나서 민주당의 국가보안법 개정 움직임을 강도높게 비판한 뒤 "이러니 사회 일각에서 민주당이 조선노동당의 2중대라는 소리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은 즉각 본회의장에서 철수, 2차례의 의원총회와 원내대책회의 등을잇따라 소집해 김 의원의 발언을 '반민주적, 반통일적 언행'이라고 규탄하고 김 의원의 의원직 제명, 발언의 속기록 삭제 등을 요구했다.

결국 여야는 15일 오후까지 수차례의 총무접촉 끝에 문제 발언의 삭제 및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 총무의 공개사과 선에서 국회정상화에 합의했고, 이날 밤 늦게 대정부 질문은 속개됐다.

김 의원은 '소신발언'이라는 본인의 해명에도 불구, 대한민국의 집권당을 북한 노동당의 '2중대'로 폄하함으로써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스스로 저버렸다는 정치권 안팎의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으며,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의 한계에 대한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여야는 또 13일 정치분야와 17일 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서도 박순용(朴舜用) 검찰총장 및 신승남(愼承男) 대검차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놓고 격렬한 정치공방을 펼쳤다.

◇당리당략적 정치공세

정치분야와 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옷로비 사건', '한빛은행 사건', '동방금고 사건', 4·13 총선사범 등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를 '편파·왜곡수사'라고 몰아붙이면서 탄핵소추안 처리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탄핵안의 법적 구성요건 미비를 지적하면서 "한나라당이 대선전략의 일환으로 검찰을 길들이기 위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며 역공을 취했다.

탄핵안 처리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한 여야는 대정부 질의 마지막날인 17일 민주당 질의의원들의 경우 장황한 보충질의를 통해 최대한 시간끌기에 나선 반면에 한나라당측은 답변을 서면으로 대체토록 요청해 대정부 질의 본연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낳았다.

아울러 대북정책을 놓고도 야당의원들은 남북한 긴장완화와 평화정착 등 긍정적인 평가엔 인색하고 '흡집내기'에 주력한 반면, 여당 의원들은 한결같이 대북정책의 성과만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등 여야 모두 '당파적 성향'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책 비판과 정책대안 제시

여야 의원들은 국가적 현안인 경제문제에 있어선 비교적 균형잡힌 시각을 바탕으로 정부정책의 허점을 강도높게 추궁했으며, 일부 의원들은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 자세를 보였다.

특히 여야 의원들은 한결같이 109조6천억원에 달하는 1차 공적자금 집행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40조원 규모의 2차 공적자금 집행시 투명성 확보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의원들은 금융비리에 연루된 금감원의 개혁방안, 기업 퇴출에 따른 관련업체 부도 위기 및 실업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경제분야에서 '러브호텔의 정보화 교육장화'(민주당 곽치영(郭治榮) 의원), '지식산업 복합단지 건설 및 영어의 공용화'(민주당 남궁석(南宮晳) 의원) 등 참신한 정책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다.

◇기대에 못미친 일문일답

16대 국회 들어 첫 도입된 일문일답식 보충질문의 경우 의원들의 준비부족과 당리당략적 질문태도로 인해 몇몇 의원을 제외하곤 기대에 못미쳤다는 지적이다.

첫날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의원은 "답변을 제대로 듣지 않을 권리도 있다"면서 이한동(李漢東) 총리를 향해 질문일변도의 공세를 펼치다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으로부터 "보충질문은 대답을 듣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나마 정치분야를 제외하고 김용갑 의원의 '2중대' 발언으로 국회가 파행을 겪는 바람에 통일·외교·안보 분야와 경제분야에선 일문일답식 보충질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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