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로에 선 문예진흥기금(이태수 논설위원)

문화의 창조적 정신은 순수문화, 예술에서 비롯된다. 그 발전은 문화예술인이나 예술단체들이 얼마나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펼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 한파 이후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위축돼 왔다. 심지어문인들의 절반 가량이 월 소득 100만원 이하(27.5%는 50만원 이하)로 도시 근로자 수입에도 훨씬 못미치고 있다. 연극인들의 경우 오죽했으면 취로사업 형식으로라도지원해주기를 바랐을까. 문화 선진국들을 보면 정부와 민간 부문이 역할을 분담하면서 문화예술을 진흥시킨다. 민간기업이 큰 역할을 하는 미국에서는 기부금 출연마저 보편화돼 있다. 그 여건이 열악한 우리나라의 문화예술계는 문예진흥기금이활력소가 되고, 발전에 단비가 되기도 했다. 문예진흥을 위한 기부금 제도의

동사 위기에 이어 그나마 그 젖줄이 되기도 했던 문예진흥기금 명맥마저 끊어질위기다. 기획예산처는 문예진흥기금 모금을 2002년 1월 조기 폐지, 기금 사용도 기획예산처가 승인권을 갖도록 방침을 정하고, 내년 중 문예진흥법과 기금관리 기본법을개정할 움직임을 보이자 문화예술계는 술렁거리고 있다. 한국예총과 1

0개 회원 단체들은 17일 반대 성명을 발표, 김대중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한 '2004년까지 4천500억원의 기금 조성'은 이뤄져야 한다는 완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예총은 "이 기금을 '기타기금'에서 '공공기금'으로 전환해 기획예산처가 기금 사용을 감독하려는 정부의 계획은 문화예술계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창의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문화관광부에 따르더라도 이렇게 되면 2002년부터 지원 규모가 현재의 연 500억원에서 60% 수준인 300억원 선으로 떨어져 순수문화,예술지원금 삭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예진흥기금은 모금 방식이나 기금사용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논란을 빚어온 것은 사실이다. 준조세 형태로 국민에게부담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 돈으로 오페라를 공연하고, 시집을 사주는가

하면, 연극제를 도와주고, 전통문화를 보존하며, 영상문화산업을 뒷받침해 왔다. 아무튼 어떤 방식으로든 문화예술 활동이 더욱 위축되는 사태만은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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