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IT 신기술 봇물… '지각변동'예고

13일(이하 한국시간)부터 5일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00가을컴덱스'는 21세기 신산업이 나아갈 방향성을 제고하면서 95년 이래 다소 숙지는 듯 하던 컴덱스에 대한 관심의 불을 다시 댕기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

소프트방크의 손정의가 주식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는 키스리미디어(Key3media)가 주관한 이번 가을컴덱스는 세계 각국의 2천100여개 업체가 출품했으며, 국내기업들도 지난해의 2.5배인 180개(지역에서는 써니벨 출품)업체가 참가, 첨단기술경쟁을 통해 펼쳐질 향후 비즈니스의 흐름을 예고했다.

국내선 180개업체 참가

30만평이 넘는 엄청난 규모의 전시장을 20만명의 관람객들이 가득 메운 이번 가을컴덱스는 모빌·와이어리스특별관, 바이오메트릭스특별관, 디지털홈네트워킹특별관, 스타트업시티(신생업체특별관) 등 7개의 큰 특별주제관(핫스팟)에서 엿볼 수 있듯이 가히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기술적 진보'를 보여주면서 IT산업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새롭게 재인식시켰다.

특히 와이어리스제품은 단말기 및 시스템 분야와 통신분야를 합쳐서 400여개의 신기술이 선보여 각축전을 펼쳤으며, 지문감식에 이어 동공·정맥인식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바이오테크놀로지제품들은 차세대 IT산업의 새로운 시장성을 가늠할 또다른 변수로 등장했다.

출품한 종목별로 보면 부품쪽에서는 USB가 124개 업체로 가장 많았고, 응용기술(어플리케이션)쪽에서는 멀티미디어응용제품이 86개, 이메일메시징응용제품이 78개, 게임등 엔터테인먼트응용제품이 86개를 각각 차지했다.

OS관련 리눅스 약진 돋보여

통신업체쪽에서는 무선통신이 190개로 압도적이었으며, 단말장비쪽에서는 웹개발과 관련된 제품이 80개가 출품됐다. 컴퓨터운용시스템(OS)과 관련하여서는 윈도관련제품이 68개, 리눅스 관련제품이 28개 출품됐는데, 단연히 리눅스의 약진이 돋보였다. 이번 컴덱스에서는 리눅스와 e비즈니스, 무료리눅스교육센터, 리눅스 응용기술, 리눅스커뮤니티허브, 리눅스비즈니스대회 등도 열렸다.

이번 대회의 또다른 특징의 하나는 아시아에 대한 관심집중이다. 지난 98년 경제위기에서 다시 소생하고 있는 아시아 기업들의 컴덱스 부스대여 면적은 엄청나게 늘어났고, 기술적인 진보도 주목을 끌었다.

이 가운데서도 이스라엘 벤처기업들은 아직 노출이 별로 안돼 있을 뿐 실력은 거의 실리콘밸리와 맞먹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컴덱스에도 스위칭·모빌 등에 관련된 50여개의 업체가 출품했다.

日 '포스트PC시대 준비'

또 일본인들은 IBM이나 컴팩 등을 제치고 요지의 대형매장을 차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웹디자인쪽으로 강세를 보이는 '일본인의 대약진'을 그대로 드러냈다. 일본의 IT업체들은 컴덱스를 사랑한다고 느껴질 정도로 매우 왕성하고 다양한 부스운용으로 '세계 IT업계의 무서운 강자'를 과시, 라스베이거스 현지신문들이 '아시안의 소생'이라고 보도할 정도였다.

실제로 후지쓰, 히타치, 도시바 같은 메이저급은 물론 캐논 엡슨 미쓰비시 리코 샤프 소니 올림프사까지 대형매장을 설치하고, 엔터테인먼트 기법을 총동원하여 자사홍보에 열을 올렸다. 캘리포니아 켐벨사의 회장이면서 수년째 컴덱스 고문으로 일하는 팀 바자린은 이를 두고 "일본인들이 소위 포스트-PC시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삼성SDS·LG전자·대양이엔씨 등 대형업체들과 신생업체들이 참가했는데, 일부 대형업체의 경우 10억원이 넘는 대여료를 내고 부스를 운영하면서도 특별히 눈에 띄는 신기술은 선보이지 못해서 향후 한국IT산업의 비전과 관련된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올해로 17년째 컴덱스 기조연설(키노트)을 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오른손에 들고 나온 초소형 포켓형 단말기와 왼손에 들고나온 무선전화기는 당분간 IT산업의 흐름을 예고해 주는 상징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런 흐름에 맞춰서 세계 각국은 정보기술산업정책을 수립하고, 수많은 벤처기업인들은 한발 앞선 시장진입을 꿈꾸며 오늘도 컴덱스를 찾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최미화기자 magohalm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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