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을동화'인기 비결

사이버 세상이 활짝 열리면서 TV를 둘러싼 환경도 큰 변화를 맞고 있다. 그동안 방송국이 날려주는 전파를 '받아먹기만했던' 피동적 시청자들이 전파를 자신의 생각에 맞게끔 바꿔보려고 노력하는 능동적 시청자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TV프로그램 제작자들은 굳이 시청률 조사기관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네티즌들을 통해 자신들이 제작한 작품의 인기도를 짐작하게 된다. 또 이들의 소리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그동안 상당수 공중파 방송국 프로그램 게시판은 건전한 비판보다는 특정 출연자에 대한 일방적인 험담과 근거없는 깍아내리기가 더 판쳤던 것이 사실. 그래서 방송 제작진들조차 네티즌들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더 많았다.최근 종영한 KBS미니시리즈 '가을동화'에 대한 네티즌들의 태도는 눈여겨 볼만하다. '내 마음대로 의견'보다는 좋은 방송을 향한 참신한 생각들을 내놨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만했다.

'가을동화' 공식홈페이지가 개설되자 네티즌들은 이 프로그램에 대한 자신의 감상이나 객관적인 연기평을 올려놓기 시작했고 네티즌들 스스로 욕설과 비방을 서로 자제하자는 운동을 벌여 '수준 낮은 네티즌들'을 퇴출시켰다.

'가을동화' 홈페이지는 이같은 네티즌들의 노력덕분에 KBS발표에 따르면 방송 사상 최초로 프로그램(8주)당 30만건에 이르는 의견글과 84만여표의 온라인 투표가 이뤄지는 기록적인 시청자 참여의 장이 됐다는 것.

결국 방영 초기부터 활발했던 네티즌들의 활동덕분에 TV를 보지 않았던 네티즌들의 시선까지 TV에 묶어뒀고 40%를 넘나드는 보기 드문 시청률까지 만들어냈다. KBS측은 "가을동화 게시판을 통해 우리나라 인터넷 참여문화의 수준이 한 단계 올라섰다"며 "새로운 방송문화를 향한 의미있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사이버 시대, 네티즌들이 어떤 식으로 방송을 바꿔나갈지, 자판위에 놓인 그들의 손가락에 거는 기대가 크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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