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플로리다 주 부재자 투표 개표에서는 예상과 달리 부시의 완승으로 나타났다. 고어는 재검표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그 역시 고어의 실패로 판가름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때문에 주 대법원이나 고어가 조기 패배 선언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까지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부재자에선 부시 완승=한국시간(이하) 18일 오후 2시에 접수가 마감돼 개표된 뒤 19일 새벽 2시까지 주 정부에 보고된 플로리다 주 67개 카운티 부재자 투표에서는 부시 후보가 고어 후보 보다 630표를 더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따라 지금까지 전체 개표에서는 부시가 총 930표 앞서 있다.
주 정부 캐서린 해리스 국무장관이 19일 공개한 바에 따르면, 부재자 개표에서는 부시가 1천380표(65%), 고어가 750표를 각각 얻었다.
부시의 부재자 득표율은 예상및 종전 대선 득표율을 훨씬 웃도는 것이며, 이 개표에서 득표율을 높여 기세를 더하려던 고어에게는 충격이 됐다.
◇재검표하면 무조건 고어 승산? =고어측은 팜비치 투표의 1%(4개 투표구)에 대한 표본 수작업 재검표에서 고어 표가 19표나 늘었으니, 전면 재검표 하면 팜비치에서만도 1천900여 표 더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부재자까지 포함한 전체 표차 900여표는 간단히 뒤집을 수 있다.
그러나 수학자들은, 3개 카운티 전부를 다 수검표 해도 고어는 고작 500~600여표 밖에 추가 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수검표 해 봐야 아무 도움이 안된다는 얘기.
수학자들이 보는 고어의 추가 득표 수는 브로워드 191표, 팜비치 219표 등이다. 데이드는 126표 정도, 많으면 229표 정도가 추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예상은 실제 수검표에서 사실로 나타나고 있다. 브로워드는 3분의 1(609개 투표구 중 219개)을 재검표한 결과 고어는 겨우 57표 추가 득표에 그쳤다. 팜비치에서는 531개 투표구 중 21개를 재검표한 결과 오히려 부시가 12표를 추가했다.
◇고어의 또다른 선택=수검표 성과가 신통찮자, 주 대법원이 "수검표 결과를 합산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21일 결정한다면 고어측이 곧바로 패배 선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 LA타임스 신문은 이런 사정을 고어 편인 주 대법원이 먼저 알고, 고어에 불리한 판결을 내릴 가능성까지 있다고 전망했다. 19·20일 수검표 결과를 지켜본 뒤 고어에게 별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이 서면, "수검표 최종집계 포함 요구에 문제가 있다"거나, 기각 시킬 것이라는 얘기.
그렇게 하는 것이 고어에게 발 뺄 기회를 주려 할 것이라는 전망인데, 이는 고어가 정치 생명을 유지하면서 4년 뒤를 기약할 수 있게 하는 장치로 판단되고 있다.주 대법원 판사 7명 전부가 2년 전 사망한 민주당의 전임 주지사가 임명하거나 선정한 사람들이다. 민주당은 플로리다 주에서 현재 주지사 및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에 내 주고, 유일하게 대법원만을 보루로 잡고 있다. 이때문에 공화당 주정부는 갖가지 입법 과정에서 제동이 걸려 왔다.
◇전면 재검표 일정=팜비치·데이드·브로워드 등 3개 카운티의 전면 재검표에는 최소 6일 이 상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 카운티에서는 일부 재검표가 이미 실시됐지만, 그것은 전체의 1%에 해당하는 것만 대상으로 한 시험적 재검표였을 뿐이다.
그때 투표지 1% 재검표에만도 팜비치 경우 11시간이 소요됐던 것으로 드러나, 모두 다 마치려면 시간이 엄청나게 많이 걸린다는 것. 더욱이 데이드 카운티는 투표수가 무려 65만4천여표에 달하는데도 21일에야 재검표에 착수, 하루 12시간씩을 해도 12월2일이나 돼야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실정이다.
◇재투표 가능성도 있을까?=전례로 보면 쉽잖을 것으로 보인다. 플로리다 법원은 2년 전에 부재자 투표 부정과 관련해 마이애미 시장 재선거를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상급 법원에서 기각됐다. 1974년 플로리다 예심법원도 재선거를 결정한 바 있지만, 역시 항소법원에서 번복됐다.
그러나 미 선거 사상 '선거 부정'이 입증되지 않은 한 재투표가 실시된 적이 없다. 이번에 문제된 투표지 도안 혼란, 펀치카드 구멍 부스러기 등 문제는 '부정선거' 증거로는 보기 어렵다는게 중론이다. 잘못 찍거나 구멍을 제대로 뚫지 못한 것은 투표자 본인의 과실로 보이기 때문이다.
외신종합=박종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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