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도시 이름이 부끄럽다

전국 최대의 대학 밀집지역인 경산에 이른바 대학도시다운 '아카데미 문화 인프라'가 전무, 세계적 대학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경산시는 대학과 지역간의 상호 발전을 유도하는 대학도시로의 특화에 실패하고 있으며, 선진 외국의 대학도시와 달리 대학을 위한 문화 및 생활 공간 제공에 대해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산시는 현재 12개 대학에 학생과 교직원이 12만5천여명에 달해 외형상으로는 세계적인 대학 밀집 도시로 성장했지만, 학원연구도시로서 각종 문화시설은 빈약하기 짝이없는 실정이다.

영남대, 경산대 등 5개 대학이 모여 있는 경산권과 대구가톨릭대, 대구대, 경일대 등 5개 대학이 있는 하양권에는 대학촌, 공동문화활동을 위한 아카데미센터, 각종 문화공연시설 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 대신 각 대학 부근마다 소주방, 호프집, 게임방 등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각종 유흥접객업소 10~30개소가 성업중이다.

경산시가 마련해놓은 문화시설은 지난 96년 문을 연 800석 규모의 시민회관이 고작이며, 이마저 어린이. 청소년 대상의 프로그램과 관급공사 입찰 장소, 각종 행사 대관에 쓰여지고 있는 형편.

이런 실정으로 대학. 지역사회. 지자체간 협의체는 물론 공식 대화 채널조차 제대로 없어 대학과 연계한 지역 발전은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영남대 우동기 발전협력처장은 "6개 대학이 있는 일본 팔왕자(八王子)시 경우 시가 대학간 연구교류센터, 대학촌 조성 등 대학의 문화, 생활 공간을 완벽히 제공하기 위해 모든 행정을 대학에 맞춰 유기적 연계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 박승길 교수(사회매체학부)는"경산과 하양에 대학간 상징 공간과 대학 문화가 없는 점은 대학생 및 교직원들의 생활권을 대구로 빼앗기는 가장 큰 원인이며, 대학간 구심점 확보와 대학 위상 정립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산시는 "지난 97년에 세운'경산 21세기 뉴비전' 안에 따라 오는 2016년 목표로 대학간 구심점 확보를 위한 학원연구도시 중심 센터 건립, 경산·하양에 시범 대학촌 건립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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