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농민의 분노, 외면은 말아야

21일 전국 곳곳에서 있은 농민총궐기대회는 농촌 실상에 대한 불만 표출로 볼 수 있다. 가을걷이가 거의 끝나가고 있지만 농산물값 폭락 등으로 시름에 차 있다. 안동·영주·봉화 등지의 산지(産地) 배추값이 100원 수준이고 감 15㎏ 한상자 값이 1만원선이어서 농촌 실정은 참으로 참담한 지경에 빠져 있는 것이다. 따라서 농가부채가 줄어들기는커녕 늘어날 형편이어서 농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이번 궐기대회는 보기드문 농민들의 대규모 집단행동이라는 점과 농민들의 요구가 농업전반에 걸쳐 다양해졌다는 점 등에서 주목되고 있다. 핵심은 농가부채 해결요구다.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전국농민단체협의회·전국농민회 총연맹 등 21개 단체로 구성된 전국농민단체협의회는 지난달 30일 '농가부채경감을 위한 특별조치법' 시안을 마련하고 국회에 입법청원했다. 이 시안은 제정시점을 기준으로 연체된 이자 전액을 탕감하고 모든 연대보증은 농업신용보증기금으로 대체하되 연대보증으로 인한 채무는 정부에서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우리는 농정(農政)이 비효율적이어서 실패를 거듭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입법청원이 있은 후 부랴부랴 농협에서 빌려쓴 농가부채의 금리인하 등 방안을 발표하기는 했었다.

현재 전국 농민이 금융기관서 빌린 자금은 전체 농가부채 25조원의 72%인 18조원이며 정부는 이중 25%인 4조5천억원을 연 5~6.5%의 금리를 적용할 계획으로 있다. 이번대책은 현정부 들어 6번째 경감 방안이다. 김영삼정부때도 수십조원을 농촌에 투입했지만 농촌실정은 별로 나아진게 없어 농촌대책은 실패라고 본다. 따라서 농민의 요구대로는 무리지만 대우자동차에 공적자금을 23조원이나 주면서 농민지원은 소극적이라는 농민들의 주장이 어느정도 수긍이 간다. 다만 농민들의 고속도로 점령 등은 비난 받을 행동이다.

농가 소득을 일정하게 보전해주는 제도시행이 시급하다고 본다. 경제 개발협력기구(OECD)가입 국가들이 시행하고 있는 농작물 재해 보상, 농산물 가격유지 및 수급조정, 농가소득 보전을 위한 직접 지불제 등 어느 하나도 실시하지 않고 있어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11일 농민의 날 치사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내년부터 논농업 직불제 시행·농작물 재해 보험실시를 약속했지만 준비기간 등을 감안하면 시행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지적.

농민들도 농산물 전면개방에 대처하는 효율적인 경영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기술개발과 수요예측 등 다각적인 분석을 통한 경쟁력 방안의 모색이 스스로 살아 남는 길이다. 정부의 지원에만 매달리면 '빚더미 농사'는 뻔한 일이다. 사회도 농민들의 주장에 귀기울여야 피폐해진 농촌이 살아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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